문희상 국회의장은 1일 “검찰 개혁을 마무리짓는 데까지 내 소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다할 것”이라며 “내가 한 것에 대해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처리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문 의장은 서울 용산구 의장 공관에서 신년하례회를 열고 “정치 인생 40년 중 제일 길었던 한 해, 제일 길었던 이틀을 보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지난 한 달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인사말을 하는 내내 격정을 토로했다. 지난달 문 의장은 예산안 처리에 이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을 차례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보수 야당의 비난에 시달렸다. 일부 한국당 의원은 “역사의 죄인” “좌파 충견 노릇”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공수처법이 통과된 직후 문 의장은 “속이 숯검정마냥 시커멓게 타서 알맹이는 없어지고 껍데기만 돌아다니는 공허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신년하례회에서 문 의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 실패에 낙담했고, 노 전 대통령도 시종일관 검찰 개혁을 강조했다”며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책감이 됐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까 그게(공수처법) 첫 번째 공약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긴 날이었지만 가장 보람찬 날이었다. 두 대통령의 숙원이, 현 대통령까지 세 명의 원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그 역할을 감당해서 결론을 내려면 ‘내가 희생할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문 의장은 신년사에서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뜻의 ‘부진즉퇴(不進則退)’(사진)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정치는 실망을 남겼다”며 “올해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아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정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