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수사 노골적 비난으로 정쟁 부추기는 청와대

입력 2020-01-02 04:02
검찰이 3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 청와대가 보인 반응은 당혹스럽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태산명동에 서일필”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들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하다” “수사의 의도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 등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해 검찰을 맹비난했다. 조 전 장관에게 중대한 잘못이 없는데도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고 대놓고 비아냥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조 전 장관 지지층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이렇게 검찰 수사를 비난한 것은 어디로 보나 부적절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해 입시 비리, 장학금 부정 수수, 보유 주식 미처분 및 재산 허위 신고, 증거조작 등과 관련된 11개 혐의를 적용했다. 청와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폄하했지만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도덕적 비난은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책임을 져야 할 사안들이다. 조 전 장관 측은 “상상과 허구에 기초한 정치적 수사”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유무죄는 결국 재판에서 구체적인 증거와 법리 다툼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조국 사태는 나라를 두 진영으로 갈라놓을 정도로 심각한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차분히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할 때다.

청와대는 이런 기대를 허물고 오히려 정략적 접근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악수를 뒀다. 윤 수석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도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을 흠집내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법 영역을 정쟁화해 정치적 이득을 노리려는 행태는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데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맡겨두고 이제 입을 다물기 바란다. 조 전 장관을 계속 비호하다가는 청와대가 조 전 장관과 공동운명체가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와 관련된 하명수사 의혹이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 여권을 겨냥한 수사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입장 표명을 해 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