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계약에 사인했다.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a man of his word)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 위원장이 1일(한국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북한 비핵화 합의를 상기시키면서 김 위원장에게 약속 이행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 잘 지내고 있다”면서 “나는 그의 성탄절 선물이 예쁜 꽃병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의 나라를 대표하고 나는 나의 나라를 대표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김 위원장)는 비핵화 논의에 대한 계약에 사인했다”고 반복해 말하면서 “나는 그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핵화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의 ‘넘버 원’ 문장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는 훌륭한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의 정상 간 친분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김 위원장이 (도발이 아닌) 다른 경로를 택하길 기대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동의하자 그런(ICBM·핵실험 중단)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김 위원장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당분간 ‘협상 복귀 촉구’나 ‘도발 시 강력한 대응’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계속해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여전히 공은 북한에 있다”면서 “북한의 선택에 따라 북·미 협상의 진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