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평화의 경로 이탈하지 말라

입력 2020-01-02 04:01
레드라인 넘으면 더 혹독한 제재 초래
국제사회 고립은 체제 붕괴로 이어져
위험한 불장난 멈추고 협상 복귀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31일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 등 자신들의 선제적 비핵화 결정을 폐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면서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발전에 나설 것도 강력히 주문했다. 북·미 또는 남북 대화 국면 이전의 ‘경제·핵 무력 병진 노선’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새 전략무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교착된 북·미 관계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핵 무력’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고, 대미 비난 수위를 조절했으며, 특히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해 대미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아 놓지는 않았다. 대미 장기전도 준비하는 듯하다.

김정은의 메시지는 자신들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 조치를 하지 않는 미국에 대한 불만, 이에 따른 핵 억제력 강화와 자력갱생 의지 천명, 전향적 조치를 내놓으라는 대미 압박, 그렇지만 판을 완전히 깬 것은 아니라는 신호로 요약할 수 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아 불신감이 높다는 점을 드러냈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정세는 북한의 도발 수준과 미국의 대응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북한은 2018년 4월 핵·ICBM 시험 발사 중단 이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남한 등 관련 당사자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진행된 평화의 경로를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 행여 ICBM 발사나 다탄두 ICBM 실험 등으로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응은 지금보다 더욱 혹독해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으로 버틸 수도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뜻하고 결국 체제 붕괴의 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다른 경로를 택하길 바란다. 우리는 충돌 아닌 평화를 원한다”고 반응했다.

북한은 다시 미국과 협상 자리에 앉아야 한다. 실제 행동으로 핵 무력을 통한 강경한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면 중국과 러시아도 뒷배 노릇을 충분히 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의 군사 작전 선택 폭을 넓혀주는 것은 물론 핵 무장을 포함한 군비 증강 여론이 남한과 일본에서도 높아지게 된다. 동북아에서 북한의 위험한 불장난을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