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송병기 영장 기각… 또 법원 공격한 검찰의 오만

입력 2020-01-02 04:03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송 부시장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 행정관에게 제보하고 청와대 인사들과 선거전략 및 공약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은 송 부시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공무원 범죄로서의 이 사건 주요범죄 성격, 사건 당시 피의자의 공무원 신분 보유 여부, 피의자와 해당 공무원의 주요범죄 공모에 관한 소명 정도 등을 고려했다”는 게 기각 사유다.

법원이 검찰의 범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직전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압수한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 내용대로 지방선거가 기획·실행됐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 측은 업무수첩은 메모 형식의 책자로 틀린 내용도 많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송 부시장은 제보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혐의가 인정돼도 선거법상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변호인 측 주장을 상당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첫 신병확보가 무산되면서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당혹스럽겠지만 영장이 기각됐으면 법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기각 사유를 검토해 수사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게 순리다. 한데 기각 직후 1시간 만인 1일 새벽 1시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법원을 비판하고 나섰으니 이런 오만도 없다.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해 사안이 매우 중한 점 등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원을 공격했는데 무오류주의에 빠진 검찰 모습만 드러낸 격이다. 앞서 검찰은 고소장 위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신청한 부산지검 대상 압수수색영장을 3차례나 법원에 불청구한 바 있다.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검찰이 이런 이유를 내세우면 옳고, 법원이 같은 이유를 들면 그르다는 말인가. 검찰은 법원 판단에 가타부타하지 말고 수사 결과로 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