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무스테리온(미스터리, 비밀 교리)은 우리말 신약성경에 비밀 또는 신비로 번역됐습니다. 무스테리온은 동사 무오(신비 경험을 위해 눈을 감다 또는 입을 다물다)에 뿌리 둔 무에오(비결을 배우다, 빌 4:12)에서 파생됐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비유로 설명하실 때 하나님 나라의 비밀(마 13:11, 막 4:11, 눅 8:10)을 아는 것과 연관지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비밀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계시로 드러내 우리가 알 수 있는 비밀입니다.
영어 성경은 무스테리온을 그대로 미스터리(mystery·수수께끼 신비 불가사의)로 번역했습니다. 4세기 말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할 때는 사크라멘툼(분쟁공탁금 소송 맹세 비밀)으로 번역했습니다. 사크로(신성한)와 ‘-멘툼’(기구 수단 결과를 뜻하는 접미어)이 합쳐진 사크라멘툼은 나중에 성례전을 뜻하게 됐습니다. 그 영향으로 대문자를 쓴 Mystery는 성례전(Sacrament)을 뜻합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 성도들에게 쓴 편지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나님의 신비한 뜻을 알려주셨다고 했습니다. “그 비밀의 내용인즉 이방 사람들이 복음을 통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유대 사람들과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함께 한 몸이 되고, 약속을 함께 가지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하나님께서 모든 성도 가운데서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셔서,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부요함을 이방 사람들에게 전하게 하시고,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안에 영원 전부터 감추어져 있는 비밀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모두에게] 밝히게 하셨습니다.”(엡 3:6·8~9, 새번역)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