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의 끝없는 추락으로 활력을 잃은 디스플레이 업계엔 최근 LCD 가격의 ‘반짝’ 반등이 감지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12월 32인치 LCD 패널(1366×768) 가격이 전달보다 3.3% 올랐다고 밝혔다. 2019년 중순 3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31달러로 반등했다. IHS마킷은 55인치와 65인치 LCD 패널도 새해에는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32인치 LCD 패널은 수요가 많지 않다. 따라서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업계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LCD 구조조정이 전반적으로 이뤄진 영향이 있고, 출혈경쟁을 벌여온 중국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인 효과도 있다.
가격 하락세가 멈추면서 이전보다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업계는 밝은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하락세가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손실이 줄어드는 것이지 수익이 늘어나긴 어렵다”며 “여전히 녹록한 환경은 아니다”고 전했다.
새해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 반도체는 12월부터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회복되고, 2018년 8월(8.19달러)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D램도 최근 가격이 반등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주 PC 범용 DDR4 8Gb 제품 기준 D램 현물가는 3.03달러로 월초 2.73달러 수준에서 11%가량 상승했다.
D램은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서버·데이터센터의 수요 증가, 3D 게임 보급 확대 등으로 내년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디램익스체인지는 “내년 1분기 그래픽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5% 이상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새해 2분기 반도체 수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업계에선 가격 오름세가 실적에 반영되려면 하반기쯤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램의 현물거래가격은 소폭 반등했지만 제조사의 실적과 연결되는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0월 말과 동일한 수준”이라며 “하반기 실적 호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對)중 수출 비중이 큰 정유, 석유화학 산업 등은 2019년 내내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자 업계는 올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