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로운 길’ 중대 결정?… 김정은, 오늘 신년사 이목집중

입력 2020-01-01 04:05
흰색 재킷을 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31일 공개한 사진이다. 연합뉴스

대미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던 연말 마지막 날까지 노동당 전원회의를 진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해 신년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택할 ‘새로운 길’이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시작된 당 전원회의는 매우 이례적으로 나흘째 이어졌다. 엄중한 한반도 정세 속에 중대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원회의가 31일로 끝나지 않고 새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매년 발표해 왔던 신년사를 전원회의 마지막 날 결론을 밝히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인민을 잘살게 하기 위해 또다시 간고(어렵고 힘듦)하고도 장구한 투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고 3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 조치들을 준비할 것에 대해 해결 방향과 방도들에 대해 천명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장구한 투쟁’을 직접 거론한 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좌초되고,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엄혹한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고 장기전 채비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앞서 언급한 ‘무장력 강화’와 ‘자립경제’로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원회의를 통해 예고한 새로운 길은 김 위원장 신년사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군사적 대응 조치와 함께 정치·외교 대응 조치를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퇴로를 스스로 차단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에 제재 해제를 요청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 중국·러시아의 협조도 끌어내기 위해 신년사에서 자극적 표현보다는 정제된 언어로 수위조절을 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당 전원회의를 수일 동안 개최한 것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시대인 1990년 1월 5∼9일 진행된 전원회의 이후 29년 만이다. 당시 닷새간 진행된 전원회의는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이 붕괴되는 엄중한 상황에 대응하고, 향후 노선을 정하기 위해 장시간 열렸다. 이번 전원회의가 수일에 걸쳐 열린 것도 북·미 대화의 문이 닫히는 현 상황을 북한 수뇌부가 심각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2년 동안 이어온 북·미 대화 노선을 깨고 방향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내부를 설득하고, 결속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 약속을 하며 걸어온 2년과 다른 길을 가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긴 전원회의를 개최한 것 같다”며 “새로운 길은 대미 장기전이기 때문에 내부를 결속하고 대응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이례적으로 긴 전원회의를 연 것은 북한이 그만큼 현 시국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라며 “장기 항전으로 가겠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했다.

미국은 북한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며 대북 감시 활동을 계속했다.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군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가 31일 남한 상공에서 포착됐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