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힘빼 警에… 거침없는 4+1 “다음은 검경수사권”

입력 2020-01-01 04:07
이인영(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국회 통과에 관해 “검찰 개혁의 산봉우리가 아직 더 남아 있지만 한 고개를 무사히 넘었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과제 중 이제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조정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해를 넘기지 않고 공수처 설치를 매듭지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아직 검찰 개혁의 산봉우리가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한 고개를 무사히 넘어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남은 산봉우리가 바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다.

수사권 조정안은 형사소송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과 검찰청법 개정안(대안신당 유성엽 의원 대표발의) 2건을 뜻한다. 핵심은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경찰의 권한을 늘려 검찰과 경찰의 과거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협력 관계로 바꾸는 것이다. 경찰의 1차 수사 재량권을 대폭 늘리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핵심은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도록 했다는 점”이라며 “경찰이 수사에 책임을 지도록 한 점이 가장 크고 의미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넘길 때 기소 여부 등 어떤 의견으로 보낼지까지 검찰이 지휘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돼 ‘기소하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에 그 이유와 사건기록만 보내도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의 강제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가능성이 높고, 또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위법 행위가 없는지를 검찰이 점검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의 권한남용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검찰의 통제장치를 마련했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 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이행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해야 한다. 또 경찰이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결정 이유에 대한 서면과 증거물을 검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할 때는 그 이유를 문서에 명시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이때 경찰은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

검찰의 경우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직접수사 범위가 줄어든다. 수사권 조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 공직자, 선거범죄 및 대형참사 등과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에 한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에 대한 제한도 중요한 변화다. 그동안은 경찰 수사 당시의 피의자 신문조서보다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 능력을 높게 인정받았다.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라 하더라도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정치연대)협의체’에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룬 상태다. 자유한국당도 공수처법과 달리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지 않다. 문제는 한국당이 지난 연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들에 수사권 조정안 관련 두 법안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국당과 합의처리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해 보고, 여의치 않다면 이르면 3일이나 늦어도 6일쯤에는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