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선교는 교회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영적 지도자를 계속 키워나가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설훈 미국 남침례회 국제선교회(IMB) 한국 부대표) “교회 짓는 게 목적이 아니라 충성스러운 한 사람을 찾는 것이 관건이에요.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거죠.”(신기황 선교사)
지난 30일 각각 만난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교회 건축’ 중심의 선교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세계 선교의 흐름을 강조했다. 해외 선교지에 한국 선교사를 파송해 교회를 여러 개 짓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에서 현지인 영적 리더를 키워 그들을 각 지역으로 파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훈 부대표와 신기황 선교사는 2001년 미국 남침례회에서 시작된 ‘T4T(Training for Trainer) 운동’에 집중해왔다. T4T운동은 교회개척 운동의 전략 프로그램 중 하나다. 새신자를 훈련해 바로 전도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T4T운동은 대만 출신 선교사로 IMB에 몸담았던 잉 카이 목사가 개발했다.
잉 카이 목사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에서 선교하며 T4T운동을 통해 170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세례를 줬다. 개척한 교회만 15만개가 넘는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그 시작이 가난하고 무식했던 35명의 중국 시골 농부로부터였다는 점이다.
잉 카이 목사는 선교라는 주님의 지상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6가지 핵심 가치를 세워 훈련했다. ‘새 신자들을 오라고만 하지 말고 가라 할 것’ ‘전도 대상자를 선별하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전할 것’ ‘전도의 목표는 교회 구성원이 아니라 주님의 제자가 되게 하는 것’ ‘변화된 내 삶을 간증할 것’ ‘전도자가 또 다른 전도자가 될 때까지, 즉 제자가 재생산될 때까지 훈련할 것’ ‘예수님의 사랑 명령에 자발적으로 따르는 자가 될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 사무실에서 만난 설 부대표는 “T4T운동은 복음을 전해 예수님을 믿게 된 자를 바로 훈련해 또 다른 전도자로 가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모임 때마다 성경공부와 훈련을 시켜 제자가 제자를 낳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제자화는 4대까지는 이어져야 공동체 모임이 작동될 수 있다고 본다. 소그룹 모임을 통해 끊임없이 모이는 목적과 이유를 되짚어보며 사명을 재정립한다. 새신자를 상대로 유대감부터 오래 쌓은 뒤 나중에 전도하고 훈련하는 보통의 전도법은 거부한다.
설 부대표는 “유대감 형성이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된다. 자칫 그동안 잘해준 동기를 의심하고 복음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초반에 솔직하게 말하고 복음을 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후에는 그들을 어떻게 훈련해 어떤 영적 리더로 키울 것인가를 계속 연구하며 훈련한다.
이는 모임이 스스로 운동성을 갖고 제자가 계속 재생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수 믿은 감격으로 복음을 전하는 평신도 위주의 사역인 만큼 성도들이 수동적으로 복음을 듣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복음을 전하게 된다. 이는 난민 등 도시 안으로 모여드는 미전도종족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선교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신 선교사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4년 전 한국에 들어온 나심(29)씨를 소개했다. 신 선교사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내 아시아 교회들과 함께 아시아 일대에서 미전도종족을 대상으로 한 사역과 교회 개척 사역을 했다. 2014년부터는 한국에 건너편교회를 세워 국내에 들어온 외국 이주민들을 상대로 사역 중이다.
신 선교사가 사역 중에 알게 된 나심씨는 마약을 하던 부친과 이슬람 교육을 피해 한국에 오게 됐다. 신 선교사는 나심을 만나 신앙 훈련을 했고, 난민과 이주민을 상대로 한 목회자가 되도록 돕고 있다. 신 선교사는 “한국교회가 난민 출신 사역자들을 동역자로 보고 함께 보조를 맞춰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건물과 숫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모든 족속을 제자로 삼으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 선교사는 T4T운동이 이슬람권 국가로 이주민이 많이 발생하는 인도네시아나 방글라데시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코란의 허구성을 짚어주고 올바른 복음을 알려주면 회심이 쉽다는 것이다. 그는 “복음을 각 시대 상황이나 현지의 문화적 맥락에 맞게 적용하는 상황화가 중요하다”면서 “모든 족속을 제자 삼는 본질을 잘 유지해 충성스러운 한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 부대표도 “한국교회도 도시 안으로 모여드는 미전도종족을 훈련하고 파송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선교지 현지에서도 현지인들을 세워 마땅한 역할을 감당케 해야 한다. 각자가 그런 역할을 잘 감당하면 전도와 선교에 새로운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