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후 말씀’ 들으려 멀리서 이사오는 성도까지

입력 2020-01-02 00:05 수정 2020-01-02 17:35
안호성 목사가 지난 27일 울산 울주군 울산온양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송년 부흥회에서 찬양하고 있다.

새로운 예배당에서 사자후처럼 토해내듯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 없이 선포했다. 오직 하나님이 기뻐하실, 시대를 향한 주님의 뜻을 전했다.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쁨을 구하였다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니라.”(갈 1:10)

어찌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불편하고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하나도 두렵지 않았고 걱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마음껏 하나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게 행복했다. 당연히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 움직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건축과정에서 빠져나간 성도 때문에 비었던 빈자리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멀리서 말씀을 듣고 찾아오는 분들이 생겨났다. 1~2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말씀의 현장으로 달려오는 성도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런 성도들의 열정이 말씀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하는 도전과 원동력이 됐다.

8년간 주일 저녁부터 목요일까지 매주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절대 숙소를 나가지 않는다. 기도와 말씀 준비,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연히 전하는 자나 듣는 자나 매 주일이 기다려지고, 매 주일 예배가 천국처럼 행복하다.

멀리서 오시던 분들이 새벽기도까지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정도 다니면 지치기 시작한다. 그러면 다음 장면은 뻔하지 않은가. 교회를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행복한 반전이 일어났다. 성도들이 아예 교회 주변으로 이사를 오기 시작한 것이다. 수십 가정이 오직 하나의 이유로 이사를 왔다. 이제 우리 교회는 그런 모습이 당연해져 멀리서 오시는 분들에게는 첫인사를 이렇게 한다. “언제 이사 오실 거예요.”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성도들의 행복한 모습, 살아있는 예배에 감격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환영하고 등록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말씀의 은혜를 정말 간절히 사모해 혈루증 걸린 여인처럼 은혜의 옷자락을 붙잡으려 몸부림쳐야 한다. 수로보니게 여인처럼 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 은혜라도 달라고 엎드리는 겸손함이 있어야 환영한다.

하지만 하나님 편에서 볼 때 유익하지 않은 수평 이동이나 교회와 말씀을 쇼핑하듯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성도로 등록하지 않는다. 오로지 하나님 편에서 볼 때 주님이 기뻐하시고 유익이 되는 쪽으로만 모든 것을 결정한다.

교회는 지금껏 예산을 한 번도 세워 본 적이 없다. 예산이라는 틀에 맞춰 살림을 꾸리고 지출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명하시고 성령님께서 감동을 주시면 어떤 선교든 어떤 행사든 그때그때 성도들에게 선포하고 그 일을 감당한다. 그런데 한 번도 결산이 준 적이 없다. 재정이 부족했던 적도 없다. 인간의 계산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하나님께서 일하시니 다 채우시고 공급하심을 경험한다. 그러니 교회 공동체의 믿음과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신뢰가 더욱 확고해진다. 그러니 다음의 순종과 헌신이 더 쉽고 수월하다. 그러니 또 하나님의 역사를 삶 속에서 맛보고 은혜와 축복을 받는다.

은혜와 믿음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처지를 계산하고 형편에 타협하며 상황에 굴복한 불순종은 은혜를 침체시키고 축복의 통로를 막는다. 그러니 그다음 헌신과 순종이 더 어려워진다. 그러니 더 열악해진 상황이나 처지, 형편에 함몰돼 또 불순종하게 된다. 신앙은 또 침체되고 믿음은 약해진다. 축복의 기회도 잃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 번은 끊어야 한다.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상황과 처지를 이기고 형편을 뛰어넘어 ‘죽으면 죽으리라’ 순종하면 그로 인해 믿음은 더욱 강해지고 은혜는 풍성해진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을 누림으로 다음 순종은 더 쉬워진다. 한 번만 이 맛을 알고 몇 번만 이 맛을 누리면 하나님께 대한 순종과 헌신에 ‘중독’된다. 어떤 상황도 꺾을 수 없는, 어떤 협박도 굴복시킬 수 없는, 어떤 달콤한 유혹으로도 흔들 수 없는 신자의 믿음이 된다.

울산온양순복음교회의 혹독한 신앙훈련, 목숨 건 예배, 강력한 신앙교육, 헌신의 모습에 너무 급진적이라거나 강해서 못 견디겠다며 떠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 시대에도 불편하고 거북한, 급진적이고 강력한 신앙·영성을 갈구하는 수많은 성도가 있다는 점이다.

시대와 타협하고 사람의 비위에 맞추지 말라. 사자처럼 담대하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과 부르신 소명대로 두려움 없이 나아가라. 하나님께서 맡기시려고 예비하신 영혼들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광야 벌판에도 예수님의 말씀에 5000명이 넘는 회중들이 몰려왔던 것처럼 말이다.

안호성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