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와 언어로 예수님 행적을 담은 누가복음을 해설한다. 시골 할머니 댁 사랑방에서 구수한 옛이야기를 듣는 듯 편안하다. 읽다 보면 가난한 자, 포로된 자, 눈먼 자, 눌린 자 등 예수님이 왜 밑바닥 사람들을 선교 대상으로 삼았는지 이해하게 된다.
민담 속담 판소리 등 한국형 예화를 활용해 복음을 전해 온 오종윤(60·사진) 군산 대은교회 목사가 ‘누가복음에 풍덩- 평신도를 위한 누가복음 해설’을 출간했다. 480쪽이 넘는 묵직한 분량이지만 경어체로 서술돼 읽기 편하다.
오 목사는 31일 “누가복음은 네 복음서 가운데 단연 돋보이지만, 마태복음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면서 “기도와 나눔을 통해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주제로 한 누가복음의 가치가 재평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한국형 예화 전문가다. 평생 농촌교회에서 농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복음을 쉽고 재밌게 전할까를 고민해 왔다. 조선시대 야담집, 동양고전, 우리나라 소설과 시를 비롯해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책들이 누가복음 해설에 동원됐다. 예수님 제자들이 길을 걷다 배가 고픈 나머지 밀이삭을 비벼 입에 넣은 일을 두고 바리새인들이 안식일 율법을 어겼다며 공격한 상황에서 오 목사는 며느리밥풀꽃을 떠올린다.
“이 꽃은 꽃잎에 하얀 쌀밥 같은 무늬가 있는 게 특징입니다. 옛날 어떤 며느리가 엄한 시어머니를 만나서 혹독하게 시집살이를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쌀도 식구들 숫자대로만 퍼주어서 며느리 몫이 없었습니다. 며느리는 굶기가 일쑤였지요. 어느 날 며느리가 너무 배가 고파서 바가지에 붙어 있는 밥풀을 긁어먹다가 시어머니에게 들켰습니다. 시어머니가 노발대발하며 어찌나 며느리를 혼냈던지 며느리가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그 후 며느리 무덤에 꽃이 피었는데 꽃잎에 있는 두 개의 하얀 무늬가 마치 배고픈 며느리의 입술에 붙은 밥풀같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이 꽃의 이름을 며느리밥풀꽃이라고 지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영락없이 배고픈 며느리를 구박하는 못된 시어머니 같습니다.”
누가복음엔 새 술은 새 부대에, 반석 위에 짓는 집,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한다는 말씀 등 예수님의 비유가 화려하게 등장한다. 이는 오 목사가 다채롭게 인용하는 속담과 랑데부를 이루며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예수님이 가버나움 회당에서 귀신들린 사람을 고쳐주는 누가복음 첫 번째 치유 사건을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힘센 장수인 예수님이 진격해 오면 사탄의 왕국이 무너지는 것은 떼놓은 당상이고 시간문제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복음서를 읽으면 신이 납니다. 온 산을 찌렁찌렁 울리는 호랑이의 포효 소리에 오줌을 질금거리는 산짐승들처럼 예수님 앞에서 사탄의 세력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진격 나팔소리에 사탄의 하수인들은 오뉴월 썩은 짚단처럼 맥없이 쓰러지고, 뿔뿔이 도망하기에 바쁩니다.”
오 목사는 한신대 학부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을 역임했다. 앞서 평신도를 위한 ‘구약 문지방 넘기’ ‘신약 문지방 넘기’ ‘요한계시록은 쑥떡이다’를 펴냈다. 오 목사는 “궁벽한 농촌교회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묵묵히 목회하는 모든 농촌목회자께 책을 바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