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의 시대 넘어 화해의 시대로… 그 길은 십자가 정신에 있다

입력 2020-01-01 00:01
힘찬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갈등과 분열을 뒤로하고 화평과 은총이 가득하도록 힘써야 한다. 성도들이 지난달 9일 강원도 강릉 정동진에서 아침 해를 보면서 기도하고 있다. 강릉=강민석 선임기자

지난해 한국은 분열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치유와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교회나 목회자들까지 이념 논리에 편승하면서 갈등이 극단으로 달렸다. 예수 그리스도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으며 이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 받을 것이라 선언했다. 교회는 분열과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일보는 초갈등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과 해법을 찾고자 한다.

교수신문은 2019년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 양극단으로 갈려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이 몸은 하나면서 머리는 두 개인 새와 닮았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초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을 회복시키기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크리스천 인재를 양성하는 신학대학과 기독대학 교수들에게 물었다.



대한민국은 갈등사회

교수들은 갈등의 원인부터 찾았다. 갈등의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화해로 덮어버리면 갈등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실 영남신학대 교수는 “화해의 접점을 찾는 게 기독교의 존재 이유”라며 “다만 평화라는 이름으로 갈등을 덮어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박명수 서울신학대 교수는 최근 갈등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예전엔 사상적 공감대가 있어 갈등이 심화하지는 않았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사상적 공감대가 사라지면서 갈등의 본질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나왔다. 갈등 구조가 복잡다단한 데다 이를 해결할 능력 있는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는 “해방 이후 한국은 냉전구도를 이어갔고 경제는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동시에 세계화를 경험했다”며 “저출산 고령화사회, 세대 간 가치관 차이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이 생겼고 통합과 포용의 정신과 가치가 필요해졌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종교적·철학적 길을 제시하는 게 교회의 역할인데 갈등 구조를 극복할 만한 내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교목인 장윤재 교수는 “50여년간 이어온 (자유방임과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경제가 양극화를 불러왔다”면서 “정부나 종교단체 등은 건강한 통합을 위해 조정 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교회도 갈등 심화에 한몫

통합의 역할을 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최상도 호남신학대 교수는 고린도후서 5장 속 바울을 사례로 들며 “평화를 만들고 화해하게 만드는 게 십자가 정신이라고 말하지만, 한국교회는 개인 구원에만 초점을 맞춰 갈등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정승원 총신대 교수도 “일부 교회는 성경 속 진리 대신 개인적 생각, 정치적 성향을 진리로 확신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잘못된 도그마를 기초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정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침묵하는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박상남 한신대 교수는 “우려스러운 건 대다수 교회와 목회자들이 (갈등사회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침묵하며 동조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갈등 해결, 교회가 나서야 한다

교수들은 지금이라도 교회가 십자가정신에 따라 회개하고 갈등 해소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상도 교수는 “성경을 읽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고 정승원 교수는 “십자가를 앞세워 상대를 존중하고 나는 낮게 여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경 속 갈등해결 방법도 제시했다. 권수영 연세대 신과대학장은 마태복음 18장을 들어 “성경은 갈등이 있을 때 두 단계 해결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갈등 해결의 핵심인 1단계는 내가 피해자라 해도 먼저 다가가서 풀라는 것이다. 여기서 해결이 안 됐을 때 2단계로 가야 한다. 세상에 알리라(마 18:20)는 것이다. 권 학장은 “예수께서 죄인인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셨듯 우리도 먼저 다가가야 하는데 일부 기독교인은 반대로 나가고 있다”며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세상에 나가 외치고 혐오 발언까지 한다”고 했다.

성경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교회가 화해를 중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영상 백석대 특임교수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화해의 중보자가 되신 것처럼 우리도 화해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도 “양쪽의 말을 듣고 침묵하며 화해시키는 역할이 크리스천들에게 요구된다”고 했다.

정병준 교수는 교회가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회 평화와 통합 운동’을 교회가 해야 한다. 성경과 신학적 차원에서 갈등 사회를 살펴보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기독교 시민운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윤경 우성규 장창일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