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 경제는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안팎의 여건이 암울하다던 전망은 그대로 현실이 됐고 돌발적인 악재도 이어졌다. 나라 밖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의 활로를 가로막았다. 안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발목을 잡는 동안 다른 축인 혁신성장은 완고한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침체와 경제활동인구의 허리라는 40대 일자리의 바닥을 목격했다.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명목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1%대로 떨어졌다. 2017년 5.5%였던 것이 2019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까지 추락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세계에서 한국 경제가 유독 나빴다는 데 있다. 대외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를 감안해도 미국 유럽 일본의 노회한 경제보다 낮은 활력을 보였다는 것은 뭔가 단단히 잘못돼 있음을 뜻한다. 세계 경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다. 4차 산업혁명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중이고, 반세기 넘게 이어진 자유무역 질서를 보호주의가 대체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인구변화 등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이 갈수록 현실화돼 간다. 이런 시기에 뚜렷하게 나타난 한국 경제의 상대적 부진은 변화의 흐름에서 뒤처져 있음을 말해주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2020년의 대외 여건은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봉합점을 찾았고 한·일 갈등도 해소를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리란 예측이 우세하며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도 세계 경제의 완만한 개선을 전망했다.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모두 우리의 통제 범위 밖에 있다. 대외 여건이 실제 좋아질지 확신할 수 없고 정말 좋아져 경기가 반등한다 해도 한국 경제의 체질이 바뀌는 근본적 개선은 아니니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새해 과제를 제시하며 “단기적으로 성장세 회복을 도모하면서도 혁신성장 동력을 확충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산업 육성, 창의적 혁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역량을 거듭 강조했다.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뒤처져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규제 혁파를 촉구한 경제단체장들의 신년 주문과 한은 총재의 새해 진단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사설] 한국 경제, 새해엔 혁신 통해 근본적 체질 개선 이뤄야
입력 2020-01-0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