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 아홉길사랑교회 목사는 지난 19일 열린 2019 국민미션포럼에서 자신을 ‘십자가파’라고 했다. 신자들은 보수 진보로 갈려 이념 논쟁을 벌이기보다 성경 안에서 예수의 삶을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신학대 교수들도 교회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고 했다. 좌로나 우로 치우지지 말라고 주장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는 “복음을 특정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도구로 삼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했다. 성경을 자신이 옹호하는 이념에 맞춰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성경 말씀을 아전인수로 해석하면 이념이 나온다”면서 “과거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붉은 용’을 공산주의자로 해석한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성경은 세상의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며 이를 뛰어넘는다. 예수 그리스도도 이를 실천했다. 박상남 한신대 교수는 “예수는 핍박받는 유대인들을 위해 로마 제국과 대항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생활을 하셨는데 이는 진보적 관점에 가깝다”며 “죄를 짓지 않고 구원에 이르기 위해 지켜야 할 다양한 행동기준과 마음가짐을 강조한 예수의 삶은 보수적 기준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권수영 연세대 교수도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개혁적 요소로 가득했고 그로 인해 종교지도자들의 핍박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구약에도 좌우 두 개의 사관이 존재했다.
노영상 백석대 특임교수는 “역대기 사관은 보수적이고 신명기 사관은 진보적”이라며 “전자인 예언자 그룹의 진보적인 생각과 후자인 제사장 그룹의 보수적인 생각은 상호 보완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대한민국에는 현실의 안정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생각도 필요하지만,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진보적인 생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승원 총신대 교수는 “가난한 자 편에 섰던 주님도 어떤 면에선 상당히 진보적”이라며 “다만 정치적 진보는 아니고 하나님 말씀을 생명처럼 여기라 말씀하시며 행동하신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예수는 보수? 진보?… “성경 아전인수로 해석하면 이념이 나온다”
입력 2020-01-01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