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시] 황무지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는 사랑의 아리아여

입력 2020-01-01 00:05
사진=게티이미지

붉은 태양이 솟구치는 바다의 검푸른 수평선

신비로운 에덴동산 푸른 장강의 물결을 비추던

심원의 빛이 생명나무 꽃향기처럼 번져가는 새해의 일출

지난밤 폐선(廢船)의 절망과 잿빛 파도의 저항은

거대한 시간의 수레바퀴를 막아서며 멈추려 해도

다시 숨 막힐 듯 장엄한 몸짓으로 솟아오르는

2020년의 새날,

그 황홀한 태양의 눈동자를 잠들게 할 수 없습니다

세계 경제위기의 블랙홀 속에서 도탄에 빠진 꿈과 희망

길을 잃고 방황하다 길 위에 쓰러진 청춘의 별들

초갈등사회 속에서 상처와 분노로 아파하는 신음소리들

그러나 비상구마저 없는 막다른 골목길 끝에도

밤하늘 검은 먹구름 사이로 별들은 총총히 빛나고 있나니

이제 2020년의 찬란한 여명과 함께

지난해의 혼란과 분열, 절망과 비탄의 노래를 그치고

다시 하늘 순례자의 발걸음으로 신발 끈을 동여매고

어둠에 잠긴 산을 넘고 깊은 협곡을 지나

새벽 하얀 서리 내려앉는 강물 소리를 따라

가슴 시린 희망과 평화의 행진을 시작해야 하리라

어두울수록 별은 빛이 나고

절벽 끝에 피어난 꽃은 잔인할 정도로 그윽한 향기를 발하느니

거친 광야의 절망과 시련의 시간을 이겨낸

우리의 새해는 더욱 더 눈부신 꿈으로 빛이 나리라

주여,

2020년이 민족 화해와 비상의 원년이 되게 하소서

분쟁과 상처를 조장하는 파괴적 외침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먼저 가슴을 치며 주의 제단에 눈물을 쏟는

회개와 통곡의 새벽이 되게 하소서

헛된 욕망과 명예, 미움과 다툼에서 벗어나

순결한 신부의 모습을 회복하여

사랑과 용서,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뜨거운 신 사도행전의 아리아가

한국교회를 통해 울려 퍼지게 하소서

2020년, 광야의 어둠을 깨우는 한국교회의 눈부신 아침이여

거친 황무지에서 라일락꽃을 피우는

잔인한 생명과 사랑의 아리아여

절망을 딛고 세계 위로 비상하고 웅비할

무지갯빛 높고 푸른 한국교회의 꿈의 나래여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