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식물국회” “동물국회” 맹비난… 한국당 “몰염치”

입력 2019-12-31 04:03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올해 마지막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적지 않은 갈등과 혼란을 겪었지만 국민의 절절한 요구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국회를 향해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표현까지 인용하며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날 선 어조로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여야 극한 대치 와중에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국회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저무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며 “20대 국회 내내 정쟁으로 치달았고,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미 역대 최저의 법안처리율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까지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며 “국민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청와대 전 직원이 온라인 생중계로 지켜봤다.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법안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통과되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일몰법안마저도 기약 없이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며 “신혼부부, 자영업자, 농어민, 사회복지법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부 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연금·장애인연금 수혜 대상 확대 관련 법안, 청년기본법, 소상공인기본법, 벤처투자촉진법 등도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아무리 정치적으로 대립하더라도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마저 방기하며 민생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제 볼모로 잡은 민생경제 법안을 놓아주길 바란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엄중히 여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향해선 새해 인사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적지 않은 갈등과 혼란을 겪었지만 국민들의 절절한 요구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며 “검찰 개혁의 제도화가 결실을 맺을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고, 우리 사회 전반의 불공정을 다시 바라보고 의지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이날 밤 국무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할 예정이었지만,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표결로 긴박한 상황이 되자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몰염치”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귀를 의심케 할 정도”라며 “민생경제를 망쳐놓고 그저 국회 탓, 야당 탓만 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먼저 자기반성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1년 내내 국민을 편 가르고 민생을 방치한 대통령이 이제는 그 책임을 국회와 야당 탓으로 돌리는 몰염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예산안에 이어 선거법을 날치기하고 공수처법 날치기를 사주하면서 민생 운운하는 대통령이 국민에게는 기괴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임성수 심희정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