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은 30일 저녁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한 직후 “공수처법 통과와 관련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 법안에 독소조항이 있다”고 반발해온 검찰인 만큼 모종의 메시지가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이 컸는데, 윤석열 검찰총장과 주요 참모들의 긴급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우려의 의견은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비공식적으로는 “앞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의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개탄하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한 검찰 간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상적인 내용이 아니다”며 “통과돼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하는 즉시 공수처에 통보케 하는 법안 제24조 제2항을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독소조항이라 규정하는 입장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런 독소조항은 공수처를 수사기관이 아닌 정보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공수처란 집을 지어 주신 국회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힌 점을 먼저 언급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법원으로부터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말까지 들은 친정권 인사가 공수처를 환영하는 입장을 내는 것에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간부는 “앞으로는 ‘내 편’이면 덮거나, ‘반대편’이면 무죄 판결이 이뤄지더라도 대충 기소하게 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최근 수정된 공수처 법안을 긴급 검토한 검찰의 결론을 함축한 것이기도 했다. 검찰은 공수처가 이대로 설치돼 운영될 경우 ‘과잉 수사’나 ‘부실 수사’ 등 권한을 남용할 위험이 있다고 본다. 수정된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검·경의 수사 착수단계부터 공수처와 검찰·경찰의 고위공직자 수사 개시 여부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권한 남용에 대한 견제 장치는 법안 내에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수사 밀행성 유지를 위해 법무부나 청와대에 사전보고를 하지 않던 검찰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밤에야 공수처 법안이 수정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긴급히 의견을 내 왔다. “기존 원안의 중대한 내용이 변경됐고, 이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호소했지만 법안은 통과됐다. 한 부장급 검사는 “이제 모두 실업자가 되겠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윤 총장은 오는 2일 신년사를 발표한다. 법조계는 이 신년사에 공수처에 대한 메시지가 담길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박상은 허경구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