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국민의 불신을 회복하기 위해 인사를 통한 조직 재편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자의 발언에 검찰 내부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0일 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모두발언에서 추 후보자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였다. 그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 전체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법 처리를 목전에 두고 청문회가 열린 만큼 검찰 개혁에 대한 추 후보자의 생각을 묻는 질의가 주를 이뤘다. 추 후보자는 답변 과정에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공수처에 대한 소신을 묻는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의 질문에 “공수처법 표결에 참여해 검찰 개혁을 완성하고 싶다”고 답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질의하자 “검찰의 입장도 종국적으로는 국민 뜻에 따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일부 야당 의원과 접촉한 사실을 언급하며 “국회가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데에 따라야 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2월 검찰 정기인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검찰 인사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협의해서 하게 돼 있다”는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협의가 아니고 법률상으로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다’라고 돼 있다”고 정정했다. 제한된 검찰총장의 인사권을 지적한 것이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검찰은 안 보이고 윤석열 총장만 보이는 시대다. 단호하게 인사권을 발휘해 기형적 인사를 정상화해 달라”고 당부하자 “모든 인사는 공정하게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실추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조직 재편”이라고 답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주어진 권한을 적극 행사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다수가 수사선상에 오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지적하자 추 후보자는 “취임하면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서 지휘·감독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여당의 5선 중진 의원이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윤석열 총장 인사청문회 때 여당 의원들은 윤 총장만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제 와서 윤석열이 만인의 적이 됐느냐”고 따졌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도 “여당 중진 정치인이 장관으로 검찰이 하는 일에 대해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추 후보자는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공명정대하게 장관직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추 후보자의 도서출판비 1억원 횡령 의혹과 아들의 군 복무 근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상당히 특이한 발언”이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여당의 인식을 대변한 것 같다”고 했다. 한 간부는 “후보자의 적반하장격 현실 인식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가현 심희정 박상은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