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진보 성향 인사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을 특별사면했다. 이 전 지사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게서 9만5000달러를 받은 등의 혐의로 2011년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2021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됐지만 이번 사면으로 내년 4월 총선 출마의 길이 열렸다. 야당에서는 ‘총선용 특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일반 형사범과 양심적 병역거부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선거사범 등 5174명에 대한 특별사면·복권·감형을 31일자로 단행했다. 2017년 12월 30일과 올해 2월 28일에 이은 세 번째 특사다.
이번 특사에 정치인으로는 이 전 지사와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여권 성향 인사로는 곽 전 교육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포함됐다.
청와대는 이번 특사에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됐는데 대가성이 없어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라며 “2011년 형이 확정된 이후 오랫동안 공무담임권 제한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이 전 지사, 공 전 의원에 대해 사면 조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에 대해선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지사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통령이 제시한 5대 중대 부패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와 법무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불법 정치자금을 9만 달러 넘게 받은 범죄가 ‘중대 부패 범죄’가 아니라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자의적 기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이광재 맞춤형 특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 전 지사가 받았던 불법 정치자금 액수를 낮춰 말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 전 지사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2만5000달러를 수수한 것으로 자료를 갖고 있다. 공 전 의원은 훨씬 더 큰 금액”이라고 했다가 4시간여 후 발언을 수정했다.
여권에서 사면 대상으로 거론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정치자금법 위반이었지만 2015년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 제한 기간이 짧다는 점 때문에 이번 사면에서 배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일반 정치인 사범과 달리 내란선동죄로 복역 중이라는 점이 사면 배제의 배경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코드 사면에 선거 사면이다. 대통령은 사면권마저 총선용으로 전락시켜 정권 연장을 위한 촛불 청구서에만 화답 중”이라고 비난했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번 특사는 내년 총선을 앞둔 자기 식구 챙기기”라고 논평했다.
임성수 김용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