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의 일본 여행 거부감이 해외소비를 끌어내렸다. 올해 3분기 해외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홍콩 사태도 한몫을 거들었다. 지난 7~9월 홍콩으로의 여행객 수는 전년 대비 20.8~59.4% 급감했다.
다만 일본·홍콩 여행을 자제한 이들이 국내로 발길을 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시아 국가라는 대체 여행지가 한국 소비자들을 상당수 흡수했다. 이는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로 내세운 내수 확대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해외소비 수요를 국내로 이끌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은행 국민계정에 따르면 3분기 해외소비는 전년 동기(8356억원)보다 184억7000만원 감소한 817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한 해외소비는 6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 침체로 해외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다만 3분기는 올해 2분기까지와 양상이 사뭇 다르다. 일본이 지난 7월부터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발동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 여행을 자제한 여파가 숫자로 나타났다.
‘노 재팬’의 후폭풍은 출국자 수로 확인된다. 지난 8월 일본으로 출국한 이들은 30만87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0%나 줄었다. 지난 9월에는 낙폭이 더 컸다. 20만12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8.1%나 감소했다. 9월 기준으로 1년 사이 27만8533명이나 줄었다. 여기에다 홍콩 여행객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매월 10만명을 웃돌던 홍콩 여행객은 지난 9월 기준 4만684명까지 내려앉았다. 한은 관계자는 “국가별 해외소비 금액을 나눠서 보기 힘들지만 일본과 홍콩 여행 감소 영향이 일정 부분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홍콩으로 출국한 이들이 많이 줄었지만, 전체 출국자가 극적으로 감소하지는 않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체 출국자는 8월에 9만2226명, 9월에 17만5926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대체 여행지로 떠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대체 여행지는 베트남이다. 지난 8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이들은 전년 동월(32만714명)보다 8만324명 늘어난 40만1038명이나 됐다. 월 기준으로 베트남 출국자 수가 40만명을 넘기는 처음이다. 대만도 대체 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7~9월 대만 출국자 수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16.1~30.8%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소비 감소=국내소비 증가’라는 등식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국내소비로 돌아서지 않는 흐름은 내수 진작에 걸림돌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기준 3억3000만회였던 국내 여행을 내년에 3억8000만회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국내 여행 숙박비의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등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지역별로 숙박시설을 포함한 관광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여행보다 베트남 여행이 더 싸다 보니 수요가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공급 측면에서도 숙박시설 외의 유인이 더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