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적용되자 원내 진입을 목표로 하는 창당 세력들이 난립하고 있다. 개정된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르면 3%의 정당득표율만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30일 기준 34개다. 창당을 앞두고 선관위에 미리 등록하는 창당준비위원회는 16개로, 총 50개의 정당을 앞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후보자 등록일인 내년 3월 26~27일까지 정당을 등록할 수 있는 만큼 수십개의 정당이 더 생길 가능성도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노리는 정당들은 이색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겠다고 나섰다. 결혼정보회사 ‘선우’를 설립한 이웅진 대표가 창당을 추진 중인 ‘결혼미래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핵심 정책으로 내걸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낮은 결혼율과 초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걱정하고 있다”며 “생활밀착형 비례 정당이 필요하다”고 창당 취지를 밝혔다. 결혼미래당은 전 국민에게 결혼 정보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결혼장려금 300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공약을 준비 중이다. 창당 발기인을 모집 중인 결혼미래당은 총선에서 비례의석 6석 이상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무기를 제조하겠다는 내용을 핵심 공약으로 삼고 있는 ‘핵나라당’(가칭)도 눈길을 끈다. 이 당 공약에는 6000조원의 국채 발행을 해서 국민에게 각각 1억원을 지원해준다는 다소 황당한 공약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전 국민에게 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목표 아래 20대 청년들이 만든 ‘기본소득당’도 창당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등 원내 정당에서 논의하고 있는 위성정당의 이름을 먼저 선점해서 이익을 보려는 정당들도 등장하고 있다. 선관위에 등록된 비례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는 한국당이 추진하는 비례 정당과는 관련 없는 단체로 확인됐다. 지난 27일에는 비례민주당 창당준비위가 선관위에 등록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중앙당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비례대표 의석을 얻게 되는 최소 정당득표율을 3%로 규정하고 있어 신생 정당들의 원내 진입은 극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성 정당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어긋난 위성정당 창당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군소정당의 몫이 기존 선거제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