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셋의 조상은 BC 12세기 이주한 남부 유럽인

입력 2019-12-31 00:08 수정 2019-12-31 00:39
지난 9월 요새 성벽이 발견돼 엠마오 마을로 추정되고 있는 기럇 여아림 지역 모습. 국민일보DB

고고학은 과거를 향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걸어온 길을 말해준다. 유물은 아무리 하찮아도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성서고고학은 성경이 역사적 사건에 근거한 기록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라기스와 시글락 유적을 발굴한 이스라엘 히브리대 요시 가르핑클 교수는 지난 9월 방한 세미나에서 “어떤 고고학적 발견도 성경을 반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성서고고학계가 새로 찾아낸 곳 가운데 10곳을 선정, 발표했다.

예루살렘 성지순례길. 2004년 학자들이 실로암 연못(요 9:7)을 발견했을 때 1세기 무렵 도로도 발견했다. 이후 학자들의 발굴은 계속됐고 올해 당시 유대인과 기독교인 성지순례자들이 다녔던 성전 성지순례로를 발견했다.

엠마오 마을 위치. 엠마오 가는 길의 두 제자와 예수의 대화(눅 24:13~34)에서 엠마오 마을은 예루살렘 북서쪽 11㎞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동안 관련 유물이 나오지 않아 추정만 할 뿐이었다. 이스라엘 고고학자 핀켈스타인 박사는 지난 9월 BC 2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요새 성벽을 발견해 엠마오 마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곳의 옛 이름은 기럇 여아림이기도 하다.(대상 13:5~6)

나단멜렉의 공문서 인장. 나단멜렉은 요시야 왕 시절 예루살렘 성전 입구에 살던 시종(내시)이었다.(왕하 23:11) 인장에는 ‘왕의 시종’이라는 구절이 새겨있었다. 나단멜렉의 집 곁에는 역대 유다 왕들이 태양신에게 번제물로 바친 말들이 있었는데, 요시야 왕은 종교개혁을 하면서 이 말과 수레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아도니야 인장. 2013년 예루살렘 성전 남서쪽에서 발견된 인장으로, 올해 처음 이 인장이 BC 7세기 시대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왕의 시종 아도니야에 속한’이라는 글귀도 발견됐다.

제사장 임멜의 아들 인장. 제사장 임멜 가문(대상 24:14)의 진흙 인장이 발견됐다. 당시 제사장들의 편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장은 구약시대 성전과 제사장의 존재를 증명한다. 임멜의 아들은 바스훌(렘 20:1~2)로 예레미야 선지자를 학대했다.

과거 사해사본이 발견된 쿰란 동굴. 픽사베이 제공

오병이어 모자이크. 데가볼리(데카폴리스, 마 4:25)의 히포스 지역에서 450년쯤 건축된 비잔틴교회 폐허에서 오병이어 모자이크 문양이 발견됐다. 교회는 갈릴리 호수 동쪽 지역에 있던 것으로 614년 파괴됐다.

가드의 골리앗 벽. 블레셋의 다섯 성읍 중 하나인 가드(현 텔에스사피)에서 발견된 BC 11세기 방벽으로, BC 9~10세기보다 두 배 두꺼운 396㎝ 크기다. 방벽이 두껍다는 점에서 골리앗이 살던 지역의 규모를 알 수 있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당대 이스라엘을 괴롭힌 블레셋은 약한 세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제단 뿔. 예루살렘 북쪽 32㎞ 지점의 실로(현 텔실로) 지역에서 제단 모퉁이가 발견됐다. 이 제단 모퉁이는 요압이 잡았던 ‘제단 뿔’(왕상 2:28)로 추정된다.

창세기의 에돔. 에돔 추정지인 사해 남부 팀나(이스라엘)와 파이난(요르단)에서 고대 에돔인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구리 찌꺼기를 발견했다. 학자들은 BC 11세기 중반까지 에돔왕국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창 36:31)

블레셋은 남부 유럽인이 조상. 블레셋 아쉬켈톤 지역에서 발견된 무덤 해골 DNA 분석 결과, 이들은 BC 12세기 남부 유럽에서 이주한 사람들인 것으로 결론 났다. 예레미야(47:4)와 아모스(9:7)에 등장하는 갑돌(Caphtor)이 이를 방증한다. 갑돌은 크레타문명 발상지인 그레데(Crete)를 나타낸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