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은 과거를 향한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걸어온 길을 말해준다. 유물은 아무리 하찮아도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성서고고학은 성경이 역사적 사건에 근거한 기록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라기스와 시글락 유적을 발굴한 이스라엘 히브리대 요시 가르핑클 교수는 지난 9월 방한 세미나에서 “어떤 고고학적 발견도 성경을 반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성서고고학계가 새로 찾아낸 곳 가운데 10곳을 선정, 발표했다.
예루살렘 성지순례길. 2004년 학자들이 실로암 연못(요 9:7)을 발견했을 때 1세기 무렵 도로도 발견했다. 이후 학자들의 발굴은 계속됐고 올해 당시 유대인과 기독교인 성지순례자들이 다녔던 성전 성지순례로를 발견했다.
엠마오 마을 위치. 엠마오 가는 길의 두 제자와 예수의 대화(눅 24:13~34)에서 엠마오 마을은 예루살렘 북서쪽 11㎞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동안 관련 유물이 나오지 않아 추정만 할 뿐이었다. 이스라엘 고고학자 핀켈스타인 박사는 지난 9월 BC 2세기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요새 성벽을 발견해 엠마오 마을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곳의 옛 이름은 기럇 여아림이기도 하다.(대상 13:5~6)
나단멜렉의 공문서 인장. 나단멜렉은 요시야 왕 시절 예루살렘 성전 입구에 살던 시종(내시)이었다.(왕하 23:11) 인장에는 ‘왕의 시종’이라는 구절이 새겨있었다. 나단멜렉의 집 곁에는 역대 유다 왕들이 태양신에게 번제물로 바친 말들이 있었는데, 요시야 왕은 종교개혁을 하면서 이 말과 수레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아도니야 인장. 2013년 예루살렘 성전 남서쪽에서 발견된 인장으로, 올해 처음 이 인장이 BC 7세기 시대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왕의 시종 아도니야에 속한’이라는 글귀도 발견됐다.
제사장 임멜의 아들 인장. 제사장 임멜 가문(대상 24:14)의 진흙 인장이 발견됐다. 당시 제사장들의 편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장은 구약시대 성전과 제사장의 존재를 증명한다. 임멜의 아들은 바스훌(렘 20:1~2)로 예레미야 선지자를 학대했다.
오병이어 모자이크. 데가볼리(데카폴리스, 마 4:25)의 히포스 지역에서 450년쯤 건축된 비잔틴교회 폐허에서 오병이어 모자이크 문양이 발견됐다. 교회는 갈릴리 호수 동쪽 지역에 있던 것으로 614년 파괴됐다.
가드의 골리앗 벽. 블레셋의 다섯 성읍 중 하나인 가드(현 텔에스사피)에서 발견된 BC 11세기 방벽으로, BC 9~10세기보다 두 배 두꺼운 396㎝ 크기다. 방벽이 두껍다는 점에서 골리앗이 살던 지역의 규모를 알 수 있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당대 이스라엘을 괴롭힌 블레셋은 약한 세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제단 뿔. 예루살렘 북쪽 32㎞ 지점의 실로(현 텔실로) 지역에서 제단 모퉁이가 발견됐다. 이 제단 모퉁이는 요압이 잡았던 ‘제단 뿔’(왕상 2:28)로 추정된다.
창세기의 에돔. 에돔 추정지인 사해 남부 팀나(이스라엘)와 파이난(요르단)에서 고대 에돔인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구리 찌꺼기를 발견했다. 학자들은 BC 11세기 중반까지 에돔왕국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창 36:31)
블레셋은 남부 유럽인이 조상. 블레셋 아쉬켈톤 지역에서 발견된 무덤 해골 DNA 분석 결과, 이들은 BC 12세기 남부 유럽에서 이주한 사람들인 것으로 결론 났다. 예레미야(47:4)와 아모스(9:7)에 등장하는 갑돌(Caphtor)이 이를 방증한다. 갑돌은 크레타문명 발상지인 그레데(Crete)를 나타낸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