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맹탕인 추미애 후보자 인사청문회

입력 2019-12-31 04:01
증인도 없고, 자료 제출은 부실해 검증 취지 못 살려… 여야 정략적 접근 탈피하고 제도 개선으로 내실 기해야

30일 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맹탕 청문회였다. 후보자의 업무능력과 전문성, 도덕성 등을 검증해 장관 업무 수행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가려야 했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청문회는 증인 채택 무산으로 부실이 예상됐는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자유한국당은 증인으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송철호 울산시장 공천과 관련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신청했다. 추 후보자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무리한 요구였다. 청문회를 정치 공세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민주당의 반대로 증인 없는 청문회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증인 합의에 실패했는데 같은 사태가 되풀이된 것이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신경전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야당 의원들이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이 되는 출판비 1억원의 행방, 피트니스클럽 무료 이용 의혹 등에 관한 자료를 사전에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추 후보자는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관련 자료 제출에 동의하거나 본인이 직접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협조했어야 했다.

청문회는 긴장감이 떨어졌다. 자녀와의 금전 거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은 무뎠다. 여당 의원들은 후보자 감싸기에 급급하는 구태를 보였다. 이재정 의원은 근거도 없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추 후보자 뒷조사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 및 법무 행정 개혁 등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질의와 답변이 오갔을 뿐이다.

인사청문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통과의례로 전락해 청문회 무용론을 자초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여야는 정략적으로 청문회에 임하고 대통령은 흠결이 드러나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은 인사청문회의 기능을 서둘러 회복시켜야 한다. 국회는 후보자 검증에 집중하고 대통령은 청문회 결과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야당은 후보자 개인의 적격성 여부 검증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하고 여당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해야 할 국회의 책무를 잊지 말고 검증에 힘을 보태야 한다. 청문회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임명 동의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제도 개선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