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발표한 특별사면 대상을 보면 국민통합에 방점을 뒀다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지 세력을 의식한 총선용 사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다. 야권 인사로는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과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포함됐지만 여권 인사들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 전 지사 등을 사면하기 위해 구색용으로 야권 인사들을 포함시킨 인상이 든다. 사면 여부가 주목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석기 전 의원 등은 빠졌다. 정부가 이들까지 사면했다면 논란은 더욱 증폭됐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세 차례 특사를 단행했다. 2017년 12월 6444명, 지난 3·1절 때 4378명, 이번에 5174명을 사면했다. 이번 사면에는 267명의 선거사범이 포함됐다.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한 전 총리는 제외됐다. 이 전 지사도 같은 혐의로 2021년까지 피선거권이 없다. 하지만 피선거권 제한기간 10년 중 9년이 지나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이 전 지사를 강원 지역에 투입하기 위한 사면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불법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5월 가석방된 한상균 전 위원장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 표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인은 세 차례 연속 사면 대상에서 배제한 것과 비교하면 균형을 잃은 처사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전 위원장 사면이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으나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절제돼야 한다.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사실상 후퇴한 것이기도 하다. 일부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들을 사면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사회 통합 메시지도 부족했다.
[사설] 균형 잃은 특별사면… 총선용 아닌가
입력 2019-12-3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