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것은 권력·돈 아닌 사람들이었다”

입력 2019-12-31 00:01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 권호경 목사가 30일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렸다. 강민석 선임기자

군사독재정권 시절 한국교회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권호경(78) 목사의 회고록이 발간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간사를 역임한 권 목사의 회고록 제목은 ‘역사의 흐름, 사람을 향하여’다.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이사장인 권 목사 회고록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원장 김영주 목사의 사회로 찬송가 460장을 찬양하며 시작된 출판기념회는 윤수경 남북평화재단 이사의 기도, 기사연 윤수길 이사장의 말씀 봉독으로 이어졌다.

안재웅 전 YMCA전국연맹 이사장은 여는 말씀을 통해 “권 목사를 안 지 50년이 돼 반세기를 같이 지낸 친구”라며 “말수는 적은데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앞장섰고 도시 빈민 조직화에 탁월했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한신대를 졸업하고 박형규 목사가 시무하던 서울제일교회에서 전도사와 부목사를 지냈다. 73년 국내 최초로 유신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 ‘남산 야외음악당 부활절 연합예배’를 주도하다 수감 생활을 했다. 74년 긴급조치사건, 75~76년 수도권도시선교위원회 사건 등으로 정권의 탄압을 받았다.

권 목사는 책에서 “돌이켜보면 경찰서 검찰청 재판정 심지어 계엄령 치하의 군사재판 등을 거치며 나는 자극받고 배우고 터득했다”면서 “모든 사건 현장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권력이나 돈이 아니라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흘러왔다”고 강조했다. 이 말이 회고록 제목으로 뽑혔다.

권 목사는 민주화 이후 NCCK 총무를 거쳐 기독교방송(CBS) 사장을 역임했다. 권 목사는 출판기념회에서 “70~80년대 종로5가에 여러분들이 계셔서 기뻤고 제가 뛸 수 있었다”며 딱 한 줄로 된 감사 인사를 했다. NCCK는 출판기념회에 이어 에큐메니컬 인사들의 송년회를 진행했다.

동아일보 해직 기자 출신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권 목사가 박형규 김관석 오재식 목사 등 걸출한 기독교 지도자들을 스승으로 삼은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홍정 NCCK 총무는 “군사정권 시대 실천적 신학을 펼치며 고난받는 민중들을 위한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교회와 세상을 통전했던 삶”이라고 평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