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외화 벌이 모든 단체·기업에 수익 1% 상납 지시”

입력 2019-12-31 04:05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근 읍 지구 준공식을 마친 삼지연시 주민들의 이야기를 지난 12일 소개했다. 지난 2일 삼지연시 야경.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6년 외화를 버는 모든 단체·기업에 연간 외화 수익의 1%를 기부하도록 지시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도쿄신문은 30일 북한 사법기관의 문서를 입수했다면서 김 위원장 지시로 거둔 외화는 통치자금의 일종이라고 전했다.

도쿄신문이 입수한 문서는 평양시검찰소가 2017년 10월 25일자로 상부 기관인 중앙검찰소 앞으로 보낸 것이다. 김 위원장이 “2016년 10월 26일 모든 무역, 외화벌이 단체에 삼지연 정비가 종료될 때까지 매년 외화 수입의 1%를 216호 자금으로 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도쿄신문은 문서에 “제기된 정책적 과제를 무조건 수행하도록 준법교양과 법적 통제 강화를 계속한다”는 내용도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216호 자금을 확실하게 징수하기 위해 대상 기업별로 금액을 설정한 상황을 엿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216호 자금은 김 위원장이 최우선 국가 프로젝트로 규정한 삼지연 정비 사업의 담당 간부나 노동자, 지역 주민에게 보내는 선물 마련이나 선무 공작에 쓰이는 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소식통은 216호 자금 성격에 대해 “(삼지연) 정비 자체에도 사용됐을 수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이라고 말했다. 도쿄신문은 북한 통치자금의 존재가 문서로 확인된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216호 자금 명칭의 통치자금을 넘겨받았다. 도쿄신문은 “명칭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운용하는 216호 자금이 같은 돈인지는 분명치 않다”며 “김 위원장이 넘겨받은 통치자금은 40억~50억 달러였지만 유엔 제재에 따른 외화 부족으로 올봄에는 10억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두산 기슭에 위치한 삼지연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투쟁을 벌인 거점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에서는 혁명 성지로 통한다. 북한은 지난 10일 군(郡)에서 시(市)로 승격된 삼지연 지구 정비 사업을 내년 10월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은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약 3년 전부터 삼지연 정비가 본격화됐다며 216호 자금을 거두도록 주문한 시기와 겹친다고 전했다. 이어 전 북한 간부를 인용해 “외화수입 1% 상납은 너무 적은 느낌”이라며 “다양한 명목을 붙여 ‘충성자금’으로 가로채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