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올 임원 인사 키워드는 ‘최소화·여성 강세·융합형’

입력 2019-12-31 04:01

실적 부진과 재무건전성 악화 등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CJ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게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그룹 경영 상황을 반영해 승진 규모를 줄인 ‘성과주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에 강신호(58) 총괄부사장을,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 차인혁(53) 부사장을 각각 내정했다고 30일 밝혔다. CJ올리브영 구창근(46) 대표와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51) 대표, CJ대한통운 윤도선(56) SCM(공급망관리) 부문장을 각각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총 58명에 대한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강 신임 대표는 2018년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이끌어 온 인물이다. 차 신임 대표는 SK텔레콤에서 사물인터넷(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지난 9월 CJ그룹에 영입됐다. 정보기술(IT)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룹 전반의 DT전략과 IT 신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차 대표는 탤런트 차인표씨의 친형이다.

신임 임원은 19명이 배출됐다. 예년보다 축소된 규모다. 평균 연령은 45.3세로 지난해(47세)보다 낮아졌다. 전체 승진 임원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16명은 해외 본사와 각 사 글로벌 부문에서 나왔다. 글로벌 중심의 미래 성장 의지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승진 규모는 줄었지만 여성 임원의 비중은 확대됐다. 신임 중 4명(21%)이 여성 임원으로, 20%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영양사 출신으로 뛰어난 영업실적을 낸 CJ프레시웨이 배수영(45) FS(급식점포 관리) 본부장, 영화상영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한 CJ CGV 박정신(45) 신성장담당 등이 포함됐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최진희 대표이사는 CJ 여성 임원 중 내부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첫 사례다.

임원인사와 함께 CJ는 지주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하고 지주사 임원들을 계열사로 배치해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키로 했다.

CJ그룹을 비롯해 올 연말 주요 그룹의 임원 인사는 대부분 비슷한 특징을 보였다. 한국CXO연구소는 올해 주요 대기업 임원 인사가 여성 임원 강세(Woman), 융합형 임원 선호(Intercross), 인사 폭 최소화(Narrow), 임원 수 감축(Decrease), 젊은 임원으로의 세대교체(Young) 등의 ‘WINDY’형 성격을 띤다고 분석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