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례적으로 28일부터 대규모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회의는 29일에도 열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새로운 길’을 구체화하고, 기존 노선을 뒤집는 충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예전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틀에 걸쳐 회의를 연 것으로 관측된다.
전원회의는 북한의 주요 노선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로, 200여명에 달하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 및 후보위원과 당 중앙검사위원까지 참석하는 회의다. 특히 이번 회의는 노동당과 내각 간부들, 각 도 인민위원장, 무력기관 간부 등 북한 체제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면서 대규모로 진행됐다.
앞선 제7기 1∼4차 전원회의는 모두 하루 만에 끝났다. 이틀에 걸친 회의는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다. 그만큼 ‘새로운 길’과 관련,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1년마다 개최돼온 전원회의가 지난 4월 4차 회의에 이어 올해 또 열린 것 역시 북한 당국이 현 상황을 그만큼 엄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지난해 4월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발표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주요한 결정들을 번복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대규모 회의를 연 것으로 분석된다. 노선 전환에 따른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설득작업으로도 비친다.
김 위원장 집권 후 전원회의는 2013년 3월 소집된 제6기 2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한 이후 한동안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이후 제7기 1차 전원회의가 개최된 후 매년 열렸다.
2017년 10월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또다시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열린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는 핵·경제 병진 노선 완성을 선언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강조했다. 이후 북한은 노선 전환에 따라 북·미 비핵화 협상에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인 지난 4월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 노선’을 제시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결렬을 일찌감치 대비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직접 만든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 등을 뒤집는 명분을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 회의를 연 것 같다”며 “연초 군사적 도발 카드를 염두에 둔 회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