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최고 8억 부담금… 겹악재에 강남 재건축 ‘패닉’

입력 2019-12-30 04:04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경. 연합뉴스

“12·16 대책 이전보다 1억~2억원은 떨어졌죠.”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9일 대책 이전 시세보다 싸게 나온 대치동 은마아파트 매물이 몇 개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 잔금 조건으로 호가를 낮춘 전용 76㎡ 기준 20억원 수준의 급매물도 나왔지만 (집주인이) 추가 가격조정에 난색을 표해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책 영향으로 가격이 다소 내려갔지만 호가를 크게 내리지 않는 분위기이니 거래되는 물건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그나마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자들의 부담이 함께 커져 일부 가격조정이 실거래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12·16 부동산 대책에 이어 헌법재판소가 재건축 사업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징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재건축 부담금 규모가 큰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다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까지 겹치면서 ‘패닉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현재 시세가 20억원대이고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비슷한 평형 현 시세가 30억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실제 재건축이 완료됐을 경우 최대 35억 정도의 시세 형성이 기대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추가 부담금은 최소 3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초과이익 환수(재초환) 부담금이 가구당 수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초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강남의 한 단지는 가구당 부담금이 최대 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도 76㎡평형 매물이 19억원대에 급매물로 쏟아졌다. 대책 이전 시세가 22억~23억원을 호가하던 것에 비해 2억~3억원 떨어진 것이다. 건축허가 단계까지 와 진척이 빠른 탓에 전셋값이 매매가 대비 15% 선인 3억원대로 집주인의 자체 부담 비중이 높은 것도 매물 증가와 가격 조정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대책 이전에는 집값의 최대 40%까지 대출이 가능해 전세를 끼고도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향후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갭투자 자체가 어려워진 여파를 그대로 맞았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끌어온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확정되면서 분양가상한제에 더해 주요 재건축 단지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공시가격 인상 등 추가로 염두에 둘 요소가 많아 부담금 규모를 미뤄 짐작하긴 쉽지 않지만 앞으로 사업 지연이나 중단 단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