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남아에 ‘신’바람… “박항서 감독과 윈윈”

입력 2019-12-30 04:09
신태용(오른쪽)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8일 현지 수도 자카르타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4년 계약에 서명한 뒤 모하마드 이리아완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과 두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님과 선의의 경쟁으로 윈윈(win-win)하겠습니다.”

신태용(49)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베트남의 ‘박항서 매직’과 같은 축구 한류를 일으킬 각오를 밝혔다. 4년의 장기 계약을 확정해 2024 파리올림픽까지 내다보는 인도네시아축구협회의 장기 계획에서 전권을 쥐게 됐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축구협회와 계약을 맺고 돌아온 29일 인천공항에서 “처음으로 해외에서 지도자 생할을 시작한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긴장감 속에서 엔도르핀이 도는 느낌이다. 무언가를 한다는 그 자체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를 끝낸 지난해 7월부터 15개월 넘게 휴식기를 가졌다.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현지 국가대표팀, 올림픽(U-23) 대표팀, 청소년(U-20)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인도네시아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걸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탈락했고, 2020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의 경우 G조에서 5전 전패로 탈락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신 감독은 “당초 2년 계약을 제안했지만 인도네시아 쪽에서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 통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이유로 계약 기간은 4년으로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던 지난 26일만 해도 3년 계약이 예상됐다. 연봉은 계약서상 공개가 안됐으나 최대 10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의 한국인 대표팀 사령탑은 2명으로 늘었다. 박항서(60) 감독은 2017년 10월부터 지휘권을 잡은 베트남 대표팀에서 스즈키컵 및 동남아시아(SEA)게임 우승으로 축구 한류를 일으켰다. 박 감독의 승승장구는 신 감독에게 기회가 됐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신 감독은 “많이 비교되겠지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박 감독과 윈윈할 부분을 만들겠다”며 “나는 박 감독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다. 안 될 땐 도움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