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이어 재초환까지… 부동산 과열·투기 억제 ‘다중 처방’

입력 2019-12-30 04:08

재건축 사업에 대한 초과이익 부담금 징수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의 후폭풍이 거세다.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재건축 조합들의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지역 부동산 과열의 ‘뇌관’이 제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을 조기에 차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또 분양가상한제에 이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까지 현실화하면서 과도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재건축사업 단지인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의 규모별 매매 가격이 게시돼 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12·16 부동산 대책, 헌법재판소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합헌 결정이 이어지면서 재건축 단지 아파트 시세가 최고 2억~3억원씩 떨어진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29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에 대해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한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할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정부가 재건축 추진위 구성 시점과 입주 시점의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면 이익 금액의 10~50%를 재건축 조합에 부과하는 제도다.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환수해 개발이익을 특정인이 사유화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클수록 부담금도 커지는 구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도입돼 2012년까지 시행됐었다. 그러나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2013년부턴 적용이 유예되다가 2018년 1월 1일 부활해 다시 시행 중이다.

2012년 9월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은 17억2000만원의 재건축 부담금이 너무 과다하고 부당하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당시 조합원은 31명으로 1인당 5500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됐었다. 헌재는 제도 자체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공시지가라는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산정되고, 정상지가 상승분과 개발이익 등을 공제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어 비례의 원칙에 맞고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개발에는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아 평등원칙을 위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당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 재개발 사업과는 공익성, 구역지정요건, 절차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차별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합헌 결정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서울 강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사업 단지들이 사실상 부동산 과열의 ‘진앙’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번 결정으로 과도한 초과이익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주변 집값의 상승을 억제하는데 상당 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당장 합헌 결정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수억원의 부담금을 우려해 재건축 추진 일정을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초과이익분이 제대로 걷힐 경우, 도시 정비에 활용할 재원도 늘어나 주거 형평성을 높이는데도 긍정적이라고 본다. 재건축부담금이 징수되면 부담금은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이나 재정비촉진특별회계 등에 귀속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임대주택 건설관리, 임차인 주거안정 지원 사업 등에 사용한다.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은 주택시장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