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처리를 하루 앞둔 29일 여야는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의결정족수 확보에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자유한국당은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정치연대) 협의체 내부의 ‘이탈표’를 기대하며 여론전에 주력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30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 신설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난폭한 극우 정치의 국회 습격에 대응해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검찰 개혁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4+1 협의체 공조를 통해 30일 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표결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공수처법에 대한 여야 ‘맞짱’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지난 27일 밤 시작돼 26시간35분 진행된 뒤 29일 0시 종료됐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당권파 일부의 이탈 움직임에 대해 의결정족수(현재 재석 295석의 과반인 148석)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인 주승용·박주선·김동철 의원은 공수처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 156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통과 과정에서 걱정할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4+1 협의체의 최종 단일안에는 공동 발의자 명단에 주승용 국회부의장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에서 일부 이탈표가 있다고 해도 과반에 못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바른미래당을 뺀 더불어민주당(129명), 정의당(6명), 민주평화당(5명), 대안신당(8명)만 더해도 이미 148명이 되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4+1의 굳건한 공조로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들이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힘을 보탰다.
민주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당내 이탈표’에 대한 우려도 불식했다. 민주당 소속 금태섭·조응천 의원은 꾸준히 공수처법에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해 왔다. 이와 관련해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개인적 차원에서 공수처를 반대하는 것과 표결 과정에서 당론을 관철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며 찬성표 이탈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재 상정된 4+1 단일안에 맞서 새로운 공수처법 수정안을 제시했다. 권 의원은 공수처에는 수사권을, 검찰에는 기소권을 부여해 검찰이 공수처의 수사 권한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고 기소심의위원회도 설치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의했다. 이 수정안에는 바른미래당 박주선·김동철 의원, 무소속 이용호 의원 등 총 30명이 서명했다. 해당 수정안은 30일 본회의에서 4+1 단일안에 앞서 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한국당은 4+1 협의체가 만든 공수처 수정안의 문제점을 짚으며 반대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4+1 협의체 내에서 일부 반대 의견이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4+1 틀 안에 갇힌 분들 가운데 이 악법(공수처법)만은 안 된다는 분이 꽤 있다. 그분들이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행동해주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뒤 내년 총선에서 기어코 비례민주당을 만들어 나머지 4당의 등에 칼을 꽂을 것”이라고 했다.
신재희 김용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