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넘나든 ‘킹 메이커’김종인 “마크롱 같은 새 인물 나와야”

입력 2019-12-30 04:07
사진=최현규 기자

김종인(사진)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여야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며 새로운 정치 세력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진보·보수 양 진영의 구원투수로 활동하며 새누리당에는 대선 승리(18대 대선)를, 민주당에는 총선 승리(20대 총선)를 안겨준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특유의 훈수 정치를 지속하든, 정치 세력화에 나서든 직간접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유권자들이 업적이 없는 집권세력에 표를 주기는 싫은데, 또 마땅히 자유한국당에 표를 주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이제는 소위 국민 욕구에 맞는 새 정치세력이 등장할 계기가 됐다. 그런 분위기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론하며 “역대 어떤 여당들보다 경직돼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한국당을 향해서도 “과연 국민 정서를 제대로 수용하고 선거에 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보수통합 움직임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에 가 있는 상황에서 보수라는 말이 국민들에게 먹히겠느냐”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2017년 39세의 나이로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거론하며 “마크롱이 출현했을 때 상황과 우리 현실이 어느 정도 유사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한국도 새 인물로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나라가 크게 발전하려면 새 인물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온 뒤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가 ‘선거 전략가’로서 존재감을 나타내온 만큼 정치권에선 그의 행보에 적지 않은 관심을 둬왔다. 최근 일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과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3지대 신당설이 피어오르기도 했고,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유승민계 중심의 보수 진영 재편과 한국당행 모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여권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정치권이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고, 고민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 활동 여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우삼 신재희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