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쐈던 영웅들이 적장으로… K리그 더 뜨거워진다

입력 2019-12-30 04:05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프로축구 K리그에 감독으로 속속 선을 보인다. 최용수(FC 서울), 유상철(인천) 감독이 성공적으로 K리그에 안착한데 이어 ‘진공청소기’ 김남일(42)과 이탈리아전 동점골의 주인공 설기현(40)도 감독으로 데뷔한다. 1부리그, 2부리그 상관없이 과거의 스타들이 잇따라 지휘봉을 잡으면서 올해 중흥을 맞은 K리그의 인기가도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김남일 감독이 지난 26일 경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FC 취임식에서 포부를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3일 남기일 감독의 후임으로 발탁된 김남일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해 “과감하고 용감한 공격축구가 필요하다. 목표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터프한 수비로 중원을 장악해 진공청소기란 별명으로 불렸다. 태극마크를 달고 3차례 월드컵(2002·2006·2010)에 출전하는 등 98경기를 소화했다.

2016년 현역에서 은퇴한 김 감독은 장수 쑤닝(중국)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18 러시아월드컵 코치와 전남 코치를 역임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성남이기에 김 감독의 카리스마와 경험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분석이 많다.

김 감독은 내년에 한·일월드컵의 영광을 이끌었던 최 감독, 유 감독과 K리그1에서 물러설 수 없는 지략대결을 펼치게 됐다.

설기현 감독이 지난 27일 경남 FC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FC의 설 신임감독은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선 후반 극적 동점골을 기록하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A매치에선 82경기 19골을 넣었다.

코칭스태프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설 감독은 2015년 성균관대에 부임해 이듬해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을 이끌었고 2017년엔 대표팀 코치도 경험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성남 전력강화실장으로 일했다. 설 감독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유럽리그에서 느낀 것들을 직접 시도해 변화를 줄 것”이라며 “1부 승격을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설 감독은 신년 초 대전 시티즌에 정식 선임될 것으로 보이는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출신 황선홍 감독과 K리그2 무대에서 승격을 위해 한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한다. 또 한·일월드컵에서 최종수비수 역할을 맡은 김태영도 2020시즌 앞두고 K3리그 천안시청 축구단 감독으로 선임되며 한국축구의 일꾼 양성에 나선다.

설기현(오른쪽) 감독과 김남일(왼쪽) 감독이 선수 시절이었던 2002년 4월 19일 2002 한·일 월드컵을 대비해 대구수성구민운동장에서 동료들과 가벼운 러닝 훈련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전문가들은 월드컵 영웅들의 잇단 감독 데뷔에 많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29일 “스타출신 감독들은 자연스레 선수 시절 경험한 것을 팀에 활용한다”며 “설 감독은 성균관대 시절처럼 섬세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것으로 기대되고, 김 감독이 처음으로 자신의 색깔을 낼 성남은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천수 인천 전력강화실장은 “2002 월드컵을 함께했던 형들이 K리그 무대로 와 기분이 좋다”며 “젊은 지도자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자신들만의 해외 경험과 색깔을 살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후배들에게 기회의 창이 더 열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