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모친과 전국민 울린 ‘이 남자’ 원종건… 민주당, 인재 영입2호 발표

입력 2019-12-30 04:05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총선 인재로 영입된 원종건(앞줄 오른쪽)씨가 29일 국회에서 이해찬(왼쪽) 대표 등과 함께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4년 전 MBC 프로그램 ‘느낌표’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원종건(26)씨를 내년 총선을 위한 ‘영입 인재 2호’로 발표했다. 원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5년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서 어렵게 생활하다 각막이식으로 시력을 되찾는 어머니와 함께 소개돼 많은 시청자를 울렸다. 현재 이베이코리아 기업홍보팀에 재직 중인 원씨는 “청년과 함께 아파하는 공감의 정치를 통해 정치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는 29일 국회에서 원씨 영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원씨는 “스물여섯 살의 평범한 청년”이라며 “굳이 남들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저와 제 어머니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은 운 좋은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가난은 숙명이었다”고 했다. 심장병을 앓던 여동생은 스웨덴으로 입양 보내야 했고, 아버지는 간경화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시·청각 중복장애인이던 어머니는 방송의 도움을 받아 눈을 뜰 수 있었다. 원씨는 기적 같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지금까지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돌려주기 위해 정치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으로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원씨와 어머니는 폐지를 주워 마련한 돈을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원씨는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뒤 2017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해 ‘벙어리 장갑’을 ‘엄지 장갑’으로 바꿔 부르는 호칭 개선 캠페인 등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청각장애인과 수어통역사를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기도 했다.

원씨는 “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 아는 많은 분은 아직도 굶지 않고, 쫓겨나지 않고 사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며 “그런 분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했더니 어머니는 ‘세상이 널 키웠다. 이제 네가 세상에 효도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는 “아직 충분하게 청년 정책에 대해 고민하지 못했지만, 가장 먼저 ‘청년 가장’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