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당장 내년 4월 총선부터 적용된다. 선거가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새로 선거권을 갖게 된 만 18세 유권자에 대한 선거 교육, 선거구 획정 문제,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정당 난립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선거법 개정안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자유한국당은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데 대한 공감대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내년 총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만 18세 유권자는 53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앞서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선거 연령을 인하하면 고교 3학년 교실이 선거판이 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학제 개편을 하는 경우에 한해 논의하자고 공감대가 형성됐었는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냥 선거법에 반영되고 말았다”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교사들의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고3 유권자의 투표 성향이 휘둘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시교육청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자 공약을 분석하고 모의투표를 하는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이 학습 자체도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이 프로젝트 추진단장인 장은주 영산대 교수가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박용찬 한국당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근소한 표 차로 당락이 갈리는 서울에서 이념 편향적 인사들이 주축이 돼 기획한 선거 교육이 ‘더불어민주당 지지 캠페인’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비판은 결코 과도한 지적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더 나아가 만 16세까지 선거권을 부여하는 캠페인을 하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만 18세 선거권 부여는 우리 정치가 너무 낡은데 비하면 아주 최소한의 조치”라며 “만 16세까지 선거권을 부여하는 캠페인과 정당 가입 연령 제한에 대한 위헌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만 18세를 선거권 연령 기준으로 정하고 있고, 스코틀랜드는 만 16세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로부터 1년 전에 끝내야 했지만 선거법 개정이 늦어져 아직도 결정되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은 독립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으나 사실상 여야 의원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조정해야 하는 지역구가 최소 17곳이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야는 이미 호남 지역구를 줄이느냐, 서울 강남 지역구를 줄이느냐 등을 두고 입씨름 중이다.
비례대표용 정당 난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우선 투표지 분류기로 판독할 수 있는 투표용지 길이(최대 34.9㎝)를 넘게 되면 1차 분류부터 수(手)개표를 해야 하는데, 개표에 대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기표 칸 규격을 현행대로 하면 투표용지에 들어가는 정당은 최대 24개다. 내년 3월 26~27일 진행되는 후보자 등록 신청 현황에 따라 투표용지 규격이 다소 조정될 수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일정이나 예산상 내년 총선에서 투표지 분류기를 새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면서 “불가피하게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하나의 방법으로 수개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