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12·16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의 과열양상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하지만 요지부동인 호가가 정책과 힘겨루기를 이어가면서 오름세는 여전한 상황인 데다 규제를 비껴간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예고편처럼 번져가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 부동산114 등 주요 시장동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12·16 대책 이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대 최고 수준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자금출처조사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부동산114 측은 29일 “대책 발표 후 서울 매수문의지수는 108.5로 전주대비 대폭 감소하고 거래 문의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다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고수하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실제 거래가격의 유의미한 하락반전은 관측되지 않았다. 부동산114의 수도권 주간 아파트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오름폭이 0.08% 포인트 줄어든 0.15% 상승으로 마감됐다. 재건축이 0.29%, 일반 아파트는 0.13% 올랐고 신도시와 경기·인천은 각각 0.03%, 0.02% 올라 전주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2·16 대책으로 9억원 초과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져 서울 내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이어져 고가 아파트 위주로 매매거래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수도권 주요지역 풍선효과는 대책 이후에도 계속 관측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수원 영통구(0.97%)와 대전 중구(0.82%), 대전 서구(0.69%), 성남 중원구(0.52%), 양천구(0.46%), 세종(0.41%), 대구 남구(0.37%) 등 대책에서 비껴간 수도권 및 대전 등 광역시 일부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수원 영통구는 지난주 0.59% 증가에 이어 2주 연속 높은 상승을 보이며 역내 상승을 주도했고, 서울 내에서는 비강남권이 상대적 강세를 보여 강남 규제의 반사이익을 누렸다.
지난달 규제가 완화된 부산 아파트 가격도 급등했다. 부산 수영구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되자 가격 급등세가 대구 수성구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을 앞지르며 광역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부산 아파트 가격은 지난 2년간의 규제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전매제한 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유동자금이 집중돼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