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협의체’가 공동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지난 28일 자정 종료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30일 임시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견이 분분하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다.
공수처를 설치하는 주 목적은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러온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4+1’안이 공수처에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에 대한 우선권을 주고 판검사, 고위 경찰관에 대한 기소권을 부여한 것은 이런 취지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전제돼야 한다.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들과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4+1 단일안이 이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토록 하는 조항을 막판에 신설한 것이 특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 관련 모든 수사의 정보를 독점하고 그에 대한 결정권을 갖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중복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원안에 있던 이첩 조항으로도 충분하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할 장치도 충분하지 않다. 공수처장 임명 시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했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수처가 정권 비호 기관이 될 것이라는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 공수처장 임명 시 국회의 동의 등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할 방안을 더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소심의위원회 등 공수처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삭제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공수처는 설치돼야 하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정도로 긴급한 법안은 아니다.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지는 살리되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 민주당이 야당이 된다 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그런 중립적인 법안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면 강행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
[사설] 공수처법안 보완한 뒤 처리해야
입력 2019-12-30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