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낮지만 흥행몰이 ‘백두산’, 묵직한 울림 ‘천문’

입력 2019-12-30 04:02
극장가 연말 대전에 나선 대작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작품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관객몰이에 열을 올리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한 작품도, 역대급 혹평에 시달리며 일찌감치 흥행 레이스에서 이탈한 작품도 있다.


압도적인 스코어를 기록 중인 건 ‘백두산’이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9일 개봉한 ‘백두산’은 전날까지 누적 관객 527만명을 동원했다. 개봉 열흘째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인데, 이는 1000만 영화인 ‘극한직업’(2019) ‘베테랑’(2015) ‘도둑들’(2012)과 같은 속도다.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등이 뭉친 ‘백두산’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발목을 잡은 건 개연성 없고 진부한 서사였다. 액션 블록버스터답지 않게 전개 자체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 영화의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7.74에 불과하다. 경쟁작인 ‘천문: 하늘에 묻는다’(9.3) ‘시동’(9)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관람 후기를 살펴봐도 부정적 반응의 비율이 높다. 그럼에도 흥행세가 유지되는 건 역시 배우들의 티켓파워와 CG로 중무장한 볼거리 덕분으로 보인다.


최민식과 한석규가 20년 만에 재회한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26일 개봉한 신작임에도 ‘백두산’에 밀려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러 있다. 누적 관객 수는 50만명 정도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에 대한 역사적 기록에 상상력을 덧댄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에 힘입어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지난 18일 개봉하며 연말 경쟁에 신호탄을 쏜 ‘시동’은 굳건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며 관객 수를 늘리고 있다. 전날까지 210만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240만명) 달성을 목전에 뒀다. 박정민 마동석 정해인 등이 주연한 영화는 방황하는 청춘의 삶을 유쾌하게 그려 호평을 이끌어냈다.


참담한 건 할리우드산 뮤지컬 영화 ‘캣츠’다. 호화 캐스팅으로도 원작 뮤지컬의 흥을 재현해내지 못한 영화는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외면받았다. 개봉 첫 날인 24일 18만명을 동원했던 영화는 쏟아지는 혹평에 수직낙하했다. 현재 아동용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극장판 하늘도깨비 대 요르문간드’에도 뒤처진 박스오피스 6위까지 떨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