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딸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숨진 아동의 몸 구석구석에서 멍이 발견된 만큼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26일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딸을 여행용 가방에 2시간 동안 가둬 사망하게 한 혐의 등(아동학대치사)으로 모친 A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인근 병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26일 오후 6시27분쯤 의식이 없는 딸을 안고 병원 응급실로 찾아왔다. 당시 내복 차림이던 A씨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으니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의료진은 21분 동안 심폐소생술(CPR)을 했으나 딸은 이미 숨져있는 상태였다. 의료진은 딸의 몸에 많은 멍 자국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병원 관계자는 “팔다리 대부분을 포함해 등과 엉덩이에도 멍 자국이 있었다”면서 “A씨가 ‘오늘은 때리지 않았다’ ‘며칠 전에만 혼냈다’며 횡설수설했다”고 말했다.
A씨에게는 숨진 딸 외에도 7살이 된 자녀가 1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이는 현재 A씨와의 분리 등 경찰의 보호조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여행용 가방 등에 넣는 수법과 온몸의 멍 자국을 봤을 때 두 아이 모두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아이들이 유치원 등 보육시설에 다니고 있는지, 다녔다면 학대 여부를 시설이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와 남편 등의 진술 등을 종합해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묻고 있다. 현재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요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