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자단과의 신년인터뷰에서 올해 규제 혁파의 가장 큰 걸림돌은 모든 경제현안을 정치 논리로 푸는 국회였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여태까지 규제개혁 전체로 놓고 보면 변화가 큰 거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국회라는 ‘로드블록(road block·장애물)’에 막힌 것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 현안이 정치적으로 변색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박 회장은 “총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경제현안들이 정치일정에 이렇게 휩쓸리는 일들이 참 많아지는 것 같다”며 “그런 일들이 좀 되풀이되지 않게 우리 사회 전체가 좀 막아줘야 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대 국회 동안 박 회장은 16번 국회를 방문해 낡은 법과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도 규제 혁신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의 문턱은 높았다. 특히 최근 경제계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입법이 막힌 것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 회장은 “데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면 미래 산업은 ‘꽝’”이라며 “데이터 3법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막히는 거 보면 울분이 (쌓여) 벽에다 머리를 박고 싶다”고도 했다. 경제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3법 입법을 통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하면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논란이 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모빌리티 비즈니스는 다른 나라에서도 미래지향적 사업이라고 보니까 그게 계속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법·제도의 장벽과 관련해 벤처기업인들의 겪는 고충도 전했다. 그는 “젊은 벤처인들하고 올해 국회와 정부를 찾아다니면서 규제개선도 하고, 또 그 젊은 사업가분들이 사업을 제대로 태동시킬 수 있도록 도우려고 직접 애를 썼던 게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입법 미비, 소극적 행정, 기득권의 충돌, 융·복합사업에 대한 몰이해, 이 네 가지가 이 친구들 90%의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손경식(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29일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정치권에 기업의 활력을 불어넣는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손 회장은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지속 가능하고 건실한 경제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경기 부양 등을 위한 정부 재정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시장에 의한 민간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국가 경제정책의 정석”이라고 제언했다.
허창수(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신년사에서 “유통, 에너지, 제조, 바이오 등 전 산업에서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혁신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우리에게 혁신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래를 위해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장을 준비해야 한다”며 “미래지향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