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가 구현모(사진)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확정했다. 구 사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KT 최고경영자로 공식 취임한다. 2008년 이후 연이어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했던 KT는 12년 만에 ‘KT맨’ 사령탑을 예고했다.
KT 이사회는 차기 회장 후보로 구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종구 이사회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또 “KT 이사회는 회장 선임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석·박사를 마쳤다. 1987년도에 KT에 입사해 경영지원총괄과 경영기획부문장을 거쳐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에 이르기까지 요직을 두루 맡은 KT맨이다. 황창규 현 회장 취임 후에는 그의 비서실장도 지냈다.
KT 이사회는 회장 후보 선정과정에서 고객과 주주, KT그룹 구성원에게 의견을 청취한 뒤 후보자에게 대표이사 경영계약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가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고 급여와 처우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회장 직급이 KT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구 사장은 이를 수용했고 KT 이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정관 개정 등의 후속 조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의 요구가 반영될 경우 KT 사령탑은 과거의 형태로 돌아간다. KT 최고경영자 직급이 대표이사 회장이 된 것은 이석채 전 회장이 취임한 2008년부터였다. 민영화 이후 외부 인사가 최고경영자가 된 것도 이 전 회장과 황 회장뿐이다.
KT 차기 회장 선정 절차는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KT 지배구조위원회가 총 37명의 회장 후보자군 가운데 9명의 회장 후보 심사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어 KT 회장 후보심사위원회에서 9명의 후보에 대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