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재수 구명’ 정권실세 추적에 수사력 더 집중한다

입력 2019-12-28 04:01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개의치 않고 보강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법원이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사실상 유죄로 인정하면서 수사 동력을 확보한 모습이다. 검찰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지시한 조 전 장관을 넘어 감찰 무마 과정에 개입한 여권 인사들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27일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영장 기각 직후 검찰 내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나왔는데,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이같은 입장을 낸 것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한편 조만간 조 전 장관을 다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확인하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이날 새벽 검찰에 보낸 조 전 장관 영장 기각 사유에서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감찰을 중단한 결과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장 심사가 유무죄를 판단하는 재판은 아니지만 조 전 장관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차적인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검찰도 법원의 이런 판단에 고무된 모습이다.

무엇보다 조 전 장관은 영장 심사에서 감찰 중단 결정에 친문 인사들의 이른바 ‘구명 운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시인했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종료 후 소속기관 이첩은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그간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사 외에 감찰 무마에 개입한 인사가 더 있는지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 결정을 하게끔 압박 내지는 청탁한 정권 실세들 대한 수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경찰 등과 함께 선거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달 26일 이후 처음으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송 부시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송 시장의 측근인 송 부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를 청와대 행정관에게 처음 제보한 인물이다. 경찰은 이 첩보를 근거로 김 전 시장 측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런 와중에 진행된 선거에서 김 전 시장은 낙선했고 송 시장이 당선됐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업무일지 등을 확보해 그가 청와대 인사들과 선거 전략 및 공약을 논의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극렬 허경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