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27일 기각했다. 범죄 혐의는 소명됐지만 구속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다. 조 전 장관은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고 검찰은 ‘먼지떨이’ 식 과잉 수사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반대로 양쪽 모두 온전한 면죄부를 받은 것도 아니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며,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지명 이후 넉 달 보름 넘게 계속돼온 지독한 진영 싸움의 한가운데서 사법부가 기계적 중립을 맞추려 한 것이라면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서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언론에 보낸 설명 자료에서는 “죄질이 나쁘다”는 표현도 썼다. 일반적으로 구속의 사유로 열거되는 문구다. 그런데도 구속될 정도의 중대성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모순적인 판단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앞으로는 고위 공무원이 단지 ‘정무적’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불법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야권에서는 박근혜정권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최순실의 비위를 알고도 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죄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유죄를 선고받은 예를 들며 죄질이 더 나쁜 이번 경우는 구속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예리한 칼날이 됐던 직권 남용 혐의가 이번에는 무디어졌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영장심사가 유무죄를 판단하는 본격적인 재판 절차는 아니지만 사건에 대한 법원의 일차적인 판단이 나온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이번 사안은 청와대의 공직자 감찰 업무가 관련된 엄중한 사건이자 검찰 수사를 놓고 적절성 논란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법부가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려주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았을 터이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에 가까운 판단이 내려져 아쉽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사건의 실체 규명은 계속돼야 한다. 인신 구속 여부 판단과 유무죄 판단은 엄연히 다르다. 검찰은 추가 수사에 박차를 가해 청와대 감찰이 중도에 무마된 경위를 국민 앞에 속속들이 드러내야 한다. 특히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던 외압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 톨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면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설] 조국 영장 기각, 의혹 규명 계속 돼야
입력 2019-12-2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