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젠 ‘선거구 획정’ 싸움… 호남 의석 놓고 신경전

입력 2019-12-27 04:02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야의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 ‘선거구 획정’으로 옮겨붙고 있다.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 룰’이 사실상 정해진 만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 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53개에 달하는 지역구를 인구 기준에 맞게 쪼개거나 합치는 작업을 해야 한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호남 의석을 사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자유한국당은 호남 의석부터 줄여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4+1 협의체는 선거구 획정을 앞두고 수도권 지역 선거구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구가 갑·을 2개로 나뉜 경기 군포는 한 개 지역으로, 4개로 쪼개진 안산은 상록 갑·을과 단원 갑·을 지역구를 통합해 3개로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서울 강남 갑·을·병 선거구도 2개로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 15개월 전 인구(올해 1월)를 기준으로 가장 큰 지역구의 인구와 가장 작은 지역구의 인구를 정한 뒤 해당 구간에 들지 못하는 지역구는 통폐합을, 넘치는 지역구는 분구(分區)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인구가 가장 많은 곳과 적은 곳의 편차는 2대 1을 넘을 수 없다. 올해 1월 31일 대한민국 인구(5182만6282명)를 기준으로 선출한 선거구 상·하한 구간은 13만6565명∼27만3129명이다.

4+1 협의체는 해당 범위 안에 들어가는 전북 김제·부안(13만9470명)을 하한선으로 삼고 그 2배(27만8940명)를 상한선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르면 군포는 갑·을 2개 선거구 모두 하한선보다 인구가 적어 통합이 필요하다. 안산과 강남은 하한선 밑의 선거구는 없지만 이에 근접한 선거구가 있어 일부 호남계 의원들이 선거구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1 협의체 안에서도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에서 호남 지역구를 살리자는 기류가 강하다고 한다. 민주당에서도 지역구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지만 원론적 차원의 기준을 제시하며 사실상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전북 김제·부안을 하한선으로 삼은 것 자체가 ‘호남 의석 지키기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구 하한선을 김제·부안 선거구의 바로 위인 동두천·연천(14만541명)으로 설정하고 상한선을 그의 2배(28만182명)로 설정하면 굳이 수도권 선거구를 통폐합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김제·부안이 지역구인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의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4+1 협의체가 모여 작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제·부안 선거구를 하한선으로 삼으면 전북은 현재의 의석수를 유지하고 전남은 순천 지역이 분구돼 의석이 한 석 늘어나게 된다. 김 의장은 “인구 대비 국회의원 수가 많은 호남 지역부터 의석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은 선거구획정위가 하게 돼 있다.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획정위는 지난해 11월 출범했지만 정치권이 선거법을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1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선거구 획정 작업은 이미 법정 시한을 넘긴 상태지만 여야 셈법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총선 직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심우삼 김용현 김나래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