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어들고, 사람들은 SUV에도 ‘크고 투박한’ 느낌이 아니라 ‘조용하고 세련된’ 느낌을 원한다. 하지만 대형 SUV는 점점 더 많이 팔린다. 왜일까.
최근 3년간 국내 자동차 업계의 차급별 판매 현황을 보면 SUV의 고공행진이 눈에 띈다. 올해 들어 중형 SUV와 소형 SUV는 5위권에 진입했고, 중형 SUV는 중형 세단을 앞질렀다. 순위로 보면 그렇다.
그런데 수치를 비교했을 때 더 주목하게 되는 건 대형 SUV다. 2017년 6위에서 올해 4위로 두 계단 오른 소형 SUV의 판매량은 14만3368대에서 16만5549대로 2만여대 증가했는데, 2017년 11위에서 올해 8위로 세 계단 오른 대형 SUV의 판매량은 4만5129대에서 9만2259대로 2배를 향해 가고 있다. 10만대 시장을 눈앞에 둔 것이다.
이같은 판매량 증가에는 SUV 선호도가 높아지는 시장 추세, 이와 맞물려 경쟁력 있는 대형 SUV 신차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상황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요인이 또 하나 있다. 대형 SUV는 대형 세단 및 미니밴 대체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요즘의 대형 SUV는 큰 차체가 주는 웅장한 느낌, 눈에 띄게 고급스러워진 내·외관 디자인과 다양한 첨단 편의·안전사양 등 화려한 ‘스펙’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세단은 고급스럽고, SUV는 거칠다’는 고정관념은 깨졌다.
대형 SUV는 넓은 2열 및 트렁크 공간으로 공간성을 극대화해 많은 사람 또는 많은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다.
공간이 넓다는 이유로 미니밴을 구입하려던 소비자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차급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대형 SUV 판매량은 올해 미니밴과 대형 세단을 앞서있다.
대형 세단과 미니밴의 경우 신차 출시 소식이 뜸한 반면 대형 SUV 차급에선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기아자동차 ‘모하비 더 마스터’, 한국GM이 내놓은 쉐보레 ‘트래버스’ 등 경쟁력 있는 신차가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이 대형 SUV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대형 SUV 시장의 모델별 판매량을 보면 팰리세이드(4만6931대)와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3만7515대)가 선두권을 달리는 모양새다. 그 뒤를 모하비, 트래버스 등이 잇고 있다.
특히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개발한 새로운 개념의 플래그십 대형 SUV로 디자인에서부터 공간 활용성, 주행성능, 안전·편의사양에 이르기까지 차량 전반에 걸쳐 목표 고객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했다. 당당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만족하는 외관, 인간공학적 설계와 고급 소재로 실내 감성품질도 높였다.
모하비의 경우 지난해 이후 판매량은 월 1000대 미만에 불과했지만 지난 9월 상품성 개선 모델인 모하비 더 마스터가 출시된 이후 월 판매량이 2000대 수준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29일 “대형 SUV 시장엔 팰리세이드 외에도 마니아 고객층을 보유한 모하비, 쌍용차의 효자 모델 렉스턴 스포츠 등이 포진하고 있는만큼 고객 선택의 폭이 넓다”면서 “뿐만 아니라 각각의 차들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성장을 기대할만 하다”고 내다봤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