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도 아들들의 인기를 넘지는 못한다?’
‘농구대통령’ 허재(54)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번도 차지하지 못한 올스타 팬 투표 1위 고지에 두 아들들이 가뿐히 올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허훈(24·부산 KT)이 총 11만4187표 중 5만104표를 얻어 2019-2020시즌 프로농구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허훈은 프로데뷔 후 이번에 처음 올스타 투표 1위를 차지했다. 허훈은 또 2015-2016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형 허웅(26·원주 DB)과 함께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팬 투표 수위 자리에 오른 형제가 됐다.
허훈의 이번 올스타 팬 투표 1위 등극은 아버지의 후광보다는 본인의 실력으로 일군 성과다. 허훈은 올 시즌 22경기에 나서 경기당 평균 16.5득점 7.4어시스트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부문 전체 6위이자 국내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어시스트 또한 리그 전체 1위다. 허훈이 17일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KT는 13승 9패로 순항 중이었다. 허훈 부상 이후 KT가 4연패에 빠질 정도로 그의 팀내 입지는 절대적이었다. 다행히 허훈은 내년 1월 1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는 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스타 팬 투표 1위는 뛰어난 기량 못지 않게 팬들의 지지를 받는 선수임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최우수선수(MVP) 못지않게 소중한 경력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5시즌 중 3시즌에서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허웅·훈 형제는 확실히 스타성이 검증된 셈이다.
재밌는 것은 한국농구 사상 최고 스타로 불리는 아버지 허 전 감독이 올스타 팬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이유가 있다. 허 전 감독은 1988년 실업팀 기아자동차에 입단했는데 국내프로농구가 열린 것은 32살 때인 1997년(부산 기아엔터프라이즈·지금의 울산 현대모비스)이었다. 프로농구 올스타 팬 투표는 2001년부터 도입됐는데 그때는 허 전 감독의 기량이 정점에서 내려올 때였다. 더구나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이 2001-2002시즌부터 9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올라 이를 넘기가 어려웠다.
한편 올스타 팬 투표 2위 자리는 창원 LG의 에이스 가드 김시래(4만5952표)가 차지했다. 전주 KCC의 송교창(4만1535표), 이정현(3만8714표)이 뒤를 이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