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키나와·대만… 아픈 섬들, 서로의 상처를 보듬다

입력 2019-12-30 04:02
제주도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EAPAP 2019: 섬의 노래’전 전시 전경(위쪽)과 특별전 ‘표현의 부자유전@제주’에 출품된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작품 ‘평화의 소녀상’. EAPAP 제공

한국의 제주도, 일본의 오키나와, 대만의 공통점은 뭘까.

지리적으로 섬인 데다 식민 지배와 전쟁, 국가폭력, 학살 피해 등 역사적 상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포스트 트라우마’전을 계기로 모였던 한국·일본·대만의 큐레이터와 작가 8명은 이 같은 점에 착안해 세 섬의 연대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평화를 이야기하는 ‘동아시아평화예술프로젝트(EAPAP)’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결성된 EAPAP조직위원회가 그 첫 성과물로 한국의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전시를 한다. 조직위원회 멤버이자 전 제주도립미술관장 김준기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EAPAP 2019: 섬의 노래’가 그것이다.

주제 기획전 ‘섬의 노래’에는 제주와 오키나와, 대만뿐 아니라 홍콩과 베트남 출신까지 아우르는 작가 44명이 초대됐다. 제목은 오키나와 출신 밴드 ‘붐(BOOM)’의 노래에서 땄다. 오키나와 역사를 담은 노랫말을 제주와 대만과의 연대에 대입함으로써 동아시아 평화의 서사를 도출하자는 의도다.

특별전으론 ‘표현의 부자유전@제주’와 ‘2019여순평화예술제: 손가락총@제주’가 열린다. 특히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작품 검열로 전시가 중단돼 국제적 논란을 부른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전의 첫 해외 전시로 제주가 선택된 것은 의미가 있다. 김준기 감독은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시를 부분적으로 보완하거나 수정한 것으로, 한국에서 평화의 소녀상 문제로만 알려졌던 일본의 예술 탄압 문제를 총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3월 서울에 이어 4월에 타이베이에서 순회전을 갖는다. 1월 31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