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세계 최대 IT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 국내 IT기업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한다. 현장을 찾는 최고경영자(CEO)들은 전 세계 산업계의 정보통신기술(ICT)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을 찾아 미래 비전을 구상하고 디지털 전략을 점검할 계획이다. 글로벌 CEO들 역시 다수 행사에 참석하는 만큼 이들과 협업을 모색하고 한 해 전략을 구상하는 등 빈틈없는 일정을 소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비롯해 중소기업까지 311개 업체가 박람회에 참여해 ‘신기술 각축전’을 벌인다. 지난해 255개사보다 참가 규모가 늘었다. 기관 참가자를 포함하면 총 400여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참석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이 개막 전날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김 사장은 모든 것이 연결되는 가전이 주는 ‘라이프 스타일 혁신’에 대해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8K 화질과 사운드 기술로 글로벌 TV 선두 업체로서의 초격차 리더십을 부각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에서는 또 반도체솔루션(DS)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과 고동진 IM부문 사장 등도 참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ES가 ‘전시의 장’인 동시에 글로벌 주요 기업 CEO들의 ‘만남의 장’인 만큼 비즈니스 미팅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래선 미팅 등 개별 일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새 CEO가 된 권봉석 사장에게 이번 CES의 의미는 남다르다. LG전자의 수장으로 첫 무대가 되는 CES 2020에서 새해 경영 전략과 비전을 설명하는 공식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또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신임 사장 역시 CES에 등판해 회사 비전과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페이스북·티모바일 등 글로벌 ICT 기업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점검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기반으로 기업의 조직, 프로세스 등 전반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구광모 LG 회장이 중요한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는 전년 대비 규모를 8배나 늘린 대규모 공동 부스를 꾸릴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3사와 SKC 등 4개 계열사가 마련한 합동 전시관에서는 자율주행, 배터리, 반도체 기술 전시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모빌리티 기술력을 선보인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를 둘러싼 경쟁이 이번 CES에서 수그러들지도 주요 관심사다. 앞서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참가 계약서에 ‘참가업체는 관람객이 보기에 부적절하고 공격적인 콘텐츠의 전시와 시연은 자제하라’는 조항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하지만 업계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예전부터 있는 조항이고 상식적인 내용의 문구에 불과하다”며 “이번 행사에서 직접적인 공방을 자제할 수는 있겠지만 기술을 놓고 양사가 어떤 식의 경쟁이라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